2021년 2월 13일(토)
불과 3개월전 기백산~금원산~현성산 코스를 걸었다. 멀리 황석산을 조망하면서 5년전 삼복 더위에 식수가 부족하여 옆지기와 거망산까지 가보지 못하고 B코스인 중간에 장자골 방향으로 내려와 아쉬움이 많은 산을으로 추억하게 된다.
후기를 보니 빨간 글씨의 정상석이 인상적으로 남았고 다시 올라 볼 기회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는데 이렇게 또 멀리서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던 중 월봉산에서 거망산까지 걷는 산행공지가 이번 설 연휴를 끼고 떳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갈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신청을 하긴 했지만 사실 나흘전까지만 해도 겨울 산행에서 15km나 되는 먼 거리에 얼마의 시간을 주어질지 몰라 완주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어 신청을 망설였다. 그러나 도전해 보자는 마음으로 신청을 했고 월봉산만 오르고 바로 하산하는 B코스도 있으므로 당일 주어진 시간을 봐서 결정해 보자는 심산이었다.
서울에서 함양까지의 버스 운행시간이 세시간 반으로 잡았을 때 해가 짧아 17시를 하산 마감시간으로 잡는다면 암릉이 제법 있을 것 같은 산을 7시간을 주어진다 해도 무리라는 생각에 더 망설였던 것이다.
더구나 통상 황석산에서 거망산을 오르면 용추폭포가 있는 방향으로 하산하는데 오늘은 B코스 방향이기도 한 반대 방향으로 하산한다고 하니 혹시나 하여 지도에 나와 있는 등로를 인터넷으로 뒤져봐도 한곳도 없다. 함께 가는 일행도 없고 거망산쪽으로 향했다가 홀로 뒤쳐지기라도 하여 하산코스를 못 잡으면 짧은 해에 조난의 위험성도 감수해야 된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어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확신이 들지 않으니 지금까지 이런 경우도 없는 날이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 경남 함양군 서상면 상남리 산 224-5(남령재), 정상-경남 함양군 서상면 대남리, 날머리-서상면 대남리 282(노상마을회관)
♣ 산행코스: 남령재-수리덤(칼날봉)-누룩덤-월봉산-큰목재-계곡-노상저수지-노상마을회관
♣ 거리: 약 9km( 들머리- 10:20, 날머리-16:00)
늘 그렇듯 버스에서 리딩대장이 산행지도를 설명해 주는데 A코스는 15km 거리를 8시간 주고 B코스는 9km 거리를 6시간을 준다고 한다. 그리고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하는 시간을 봐서 하산 마감시간을 알려준다고 한다.
8시간을 주어진다면 A코스 타는데 별 문제가 없겠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좀 찜찜한 생각이 드는 것은 거망산에서 하산하는 코스가 답사되지 않은 가운데 다음과 네이버상의 도상으로만 되어 있는 것을 그냥 그어 놓은 것이어서 사전 블로그등 인터넷 정보를 통해서도 나오지 않는 코스인데 옛길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에 일행도 없이 홀로 걷는 나로서는 만일 뒤쳐지거나 길을 잃는 경우 자칫 18시면 해가 떨어질텐데 랜턴도 휴대 안하고 여러모로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리딩대장에게 주요 갈림길에서 바닥지를 깔아 달라고 하니 선두에 부탁은 하겠다고 한다.
어쨋든 정상적으로 18시에 모두 하산하여 서울로 올라온다 해도 귀가 시간이 보통 때보다 한시간 지체되니 밤 11시 훌쩍 넘어 집에 도착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다.
▼ 남령재에 10시 20분에 하차하여 산행이 시작되는데 바로 급경사로 오르는 코스는 금방 숨을 턱까지 차게 하여 2주만에 오르는 산행의 여파가 있는가 싶다.
▼ 겨울 날씨답지 않게 얇은 셔츠를 입고 오를만큼 포근하고 구름 한점 없는 맑은 날씨다. 남령재에서 얼마 오르지 않아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는데 북쪽 방향으로 오르면 남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쭉 뻗어 있다.
▼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진행방향의 암릉이 오늘의 산행도 순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 산행 첫머리 부터 까칠해 보이는 진행방향
▼ 로프구간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 들머리에서 30여분 능선을 올라오니 시원하게 조망이 펼쳐져 북쪽 방향의 눈에 익은 남덕유, 삿갓봉, 무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한눈에 들어 온다.
▼ 렌즈로 당겨 본 남덕유산 정상부분
▼ 왼쪽 삿갓봉과 가운데 오목하게 들어간 곳에 삿갓대피소가 보이고 오른쪽 끝쪽으로 무룡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장쾌해 보인다.
▼ 삿갓봉
▼ 작년 여름에 원추리 군락을 보겠다고 덕유산으로 부터 무룡산을 경유, 삿갓재로 하산했던 추억을 더듬으며 무룡산 정상에서 아래로 흰 부분의 능선에 있어야 할 원추리 군락지가 웬 일인지 없어져 황당했던 일이 엊그제 일 같기만 하다.
▼ 암릉을 하나 넘었나 싶었는데 앞에 짠~하고 나타난 첨봉이 마치 사진에서 많이 본 스위스 마터 호른을 연상시킨다.
▼ 상고대라도 있고 눈이 쌓인 모습을 봤더라면 더 멋졌을 칼날봉(수리덤)이다.
▼ 직등하는 코스는 없을 듯 하고 암봉 왼쪽으로 우회하면서 윗쪽을 쳐다보니 정상 부근은 보이지 않는다.
▼ 암봉을 우회하는 데크계단으로 내려오게 되고...
▼ 가파른 내리막길, 사면에는 눈이 녹질 않아 빙판도 있어 아이젠을 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다. 몇 몇 인원이 아이젠을 휴대하지 않았는지, 착용하기 귀찮아서인지 그냥 용케도 넘어지지 않고 잘 걷는다. 몇 해전에 산행을 마치고 종료지점에서 아이젠을 벗고 몇 미터 가다가 넘어져 골절상을 입은 어느 회원이 생각 난다.
▼ 다시 능선위로 올라서서 북쪽 방향의 덕유산 라인을 조망해 보는데 무룡산 오른쪽으로 덕유산 중봉까지 보인다.
▼ 북동 방향으로 월성마을과 가운데 멀리 수도산과 오른쪽 단지봉, 그 뒤로 오른쪽 합천의 가야산이 흐릿하나마 조망된다.
▼ 칼날봉을 우회하여 올라서서 잠시 우틀하여 봉우리 정상을 보려했으나 소나무에 가려 보이질 않고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뒤돌아 다시 진행방향으로 이동한다.
▼ 암봉을 지나고 다음 암봉에 올라서 뒤돌아 본 칼날봉 풍경...
▼ 암릉을 오르내리는 업다운이 계속 이어져 그리 만만한 산행이 아니다.
▼ 들머리에서 1시간 20여분을 진행하면서 보여지는 월봉산 정상이다. 금일 코스는 A코스가 거망산 정상을 찍고 오른쪽 B코스와 비슷한 오산마을회관을 날머리로 하산하는 것인데 B코스는 9km거리를 14:20까지 6시간이 주어졌고 A코스는 15km 거리를 18:20까지 하산하도록 시간을 정해줬다.
당연히 A코스를 걸으려고 했으나 계속되는 업다운에 체력이 소모되고 등로가 젓거나 눈에 덮혀 미끄러워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 로프도 여러번 잡게 되는 코스다. 위험한 등로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으므로 한번 실수는 역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 이러저러한 바위들을 만나게 되고...
▼ 지나 온 암릉들을 뒤돌아 보니 산세가 그리 험해 보이진 않은 것 같은데 오늘따라 몸이 무겁다.
▼ 왼쪽으로 아스라이 지리산 반야봉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 전북 장수의 백운산과 장안산이 조망된다.
▼ 서쪽 방향으로 왼쪽이 육십령이고 볼록 솟은 할미봉이 봉으로 남덕유산의 서봉으로 오르게 되는 능선이다. 할미봉 오른쪽 아래로 남덕유산의 들머리가 되는 상남리의 영각사가 위치해 있겠다.
▼ 좀 더 당겨 본 할미봉... 왼쪽 멀리 장수의 팔공산으로 부터 오른쪽으로 천상데미, 선각산, 덕태산, 성수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보기 좋게 펼쳐진다.
▼ 월봉산 진행방향 능선의 작은 봉우리들로 아직 업다운을 계속 이어가야 할 것 같다.
▼ 이런 칼날암봉 능선에 안전로프가 없어 안전에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 안전을 위해 바위 뒤로 걸쳐 놓은 로프도 있고...
▼ 마치 설악산 용아장성 산행 중에 만난 게구멍바위를 지나듯 로프를 잡고 게처럼 옆으로 지나는 코스도 있다.
▼ 이것으로 거의 암릉구간은 마친 셈이 된 것 같다. 이제 순탄한 육산길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어서 A코스를 탈까 거리와 시간을 체크해 보니 먼저 간 선두팀과는 너무 떨어진 것 같아 아직은 망설여지게 된다.
▼ 다시 한번 육십령에서 할미봉으로 부터 남덕유산 정상까지 이르는 구간 풍경을 담아보고...
▼ 아직 미답지인 할미봉을 당겨 보고...
▼ 남덕유산의 서봉과 정상(1,507m)쪽 풍경
▼ 남쪽 방향의 대봉산(1,252m)도 당겨 본다.
▼ 월봉산도 조릿대(산죽)가 장관을 이룬다. 겨울철임에도 생동감 있는 푸른빛을 띠고 있지만 사실 생태계에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만도 사실이다.
조릿대가 군락을 이룬 곳에는 교목외에는 어떤 식물도 성장할 수가 없다. 한라산에는 제주조릿대가 95.3%를 장악하고 있어 말을 방목하거나 제거를 하여 생태계 보전에 심혈을 기울인다는데 이곳도 엄청난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조릿대 사이의 등로는 눈이 녹으면서 얼음이 된 상태여서 보통 애를 먹은 것이 아니다.
▼ 누룩덤에 도착, 모양이 마치 누룩더미를 쌓은 여러 층의 탑처럼 생겼다고 하여 '누룩덤' 이라고 불린다는데 기백산의 누룩덤이 책을 쌓아 놓은 것 같다하여 책바위라고도 하는데 그곳에 비할 바가 못 된다.
▼ 드디어 월봉산 정상에 올랐다. 월봉산이라는 이름은 "달 월(月), 봉우리 봉(峰)" 자로서, '산봉우리가 달처럼 생겼다'고 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오늘 같은 날씨도 만나기 힘드니 다시 한번 주변 조망을 해 보기로 한다.
▼ 작년 11월 말에 올랐던 동쪽의 금원산에서 남쪽 방향으로 뻗은 기백산.
▼ 남쪽으로 거망산이 보이고 희미하게 지리산 천왕봉이 조망된다. 거망산까지 가는 A코스를 타려면 현재 시각 13:40분이니 4시간이 남았으나 이곳 정상인 1/3지점까지 3시간이나 걸렸으니 시간상으로 도저히 갈 수 없는 거리가 됐다.
지금까지 B코스를 타 본 적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나 오늘따라 무릎이 시큰거리고 허리의 통증까지 오는 컨디션도 문제가 아닐 수 없어 포기하기로 한다.
핑게삼아 과유불급이란 단어를 되뇌이며...
▼ 백운산과 오른쪽 장안산 그리고 오른쪽 멀리 장수의 팔공산을 다시 한번 조망하고 바로 앞의 저수지는 노상저수지 인근의 북쪽능선 건너편에 있는 먹병이골의 또 다른 저수지이고 서상면사무소 소재지인 대남리 마을이 보인다.
▼ 정상에서 망원렌즈로 당겨 본 수리덤(칼날봉)과 능선...
▼ 덕유산 정상의 향적봉과 중봉
▼ 오른쪽 기백산에서 왼쪽 방향의 금원산으로 이어진 능선...임도의 구불한 길이 영 눈에 거슬린다.
▼ 금원산의 서봉과 동봉(볼록한 부분)
▼ 기백산 정상
▼ 왼쪽 멀리 황석산과 오른쪽에 솟은 봉우리는 1245봉, 그 아래 봉우리가 정상석이 있는 거망산(1,184m)이다. 정상석을 고봉인 1245봉에 세우지 않은 까닭은 알 수가 없다. 가운데 희미하게 지리산 웅석봉이 보인다.
▼ 멀리 지리산 주능선을 배경으로 앞에 대봉산(大鳳山) 왼쪽의 뾰족한 봉우리가 천왕봉(天王,1,228m), 오른쪽 뾰족한 봉우리가 닭벼슬 같아서 계관봉(鷄冠峰, 1,251m)이라 불리웠다는데...
대봉산은 일제강점기 때 괘관산이라 불렀었는데 괘관이란 벼슬을 마친 선비가 갓을 벗어 벽에 걸어놓는다는 뜻으로 이 지역에 큰 인물이 나오지 못하도록 붙여진 이름이었다는데 새로 큰 인물이 나오라는 뜻으로 대봉산이라 불리웠다 한다.
천황봉이었으나 이 역시 일본 천황을 지칭한 것으로 우리나라의 임금을 말하는 임금왕자를 넣어 천왕봉이라고 정했다고 한다. 아직도 우리나라 산 중에는 천황봉이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많다. 흉악무도한 이런 일제의 잔재를 하루빨리 없애야겠다.
▼ 아직도 까마득히 보이는 거망산을 보면서 중간에 바로 내려간다고 하니 너무 느긋한 심정이다. 하산하면서 등로가 겉 지면은 녹고 속은 얼어서 보통 미끄러운 것이 아니다. 앞 회원이 한바탕 넘어지니 그야말로 머드팩이다. 멀리 노란 잔디가 선명한 스카이뷰GC가 보이고 그 멀리 대봉산, 그 뒷쪽으로 지리산 천왕봉이 희미하게 조망된다.
▼ 큰목재에 다다랐다. 여기서 왼쪽 방향으로 직진을 하면 거망산으로 향하는 등로이고 오른쪽은 내가 내려왔던 길이니 바로 앞 계곡으로 우틀하면 하산종료 지점인 노상마을회관으로 향하는 길이다.
▼ 결코 짧은 계곡길이 아니다. 큰목재에서 하산지점인 노상마을회관까지 거리가 3.8km에 달한다. 그러나 뒤에 아직도 하산하는 회원들이 많으니 서두를 일도 없다.
▼ 작년에 태풍이 세번씩이나 강타해서일까 이곳저곳 나뒹굴고 쓰러진 나무가 등로상에도 많아 각개전투를 해야만 했다.
▼ 드디어 도착한 노상저수지... 대동강물도 풀린다는 우수가 닷새 밖에 안 남았는데 남쪽지방임에도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았다.
▼ 저수지 뚝을 내려서고...
▼ 저수지 아래 흐르는 물가에는 갯버들 꽃망울이 봄이 가까워 왔음을 알리는 듯 하다.
▼ 날머리인 노상마을에 도착, 저 아래 산악회 버스가 기다린다.
▼ 마을에서 뒤를 돌아보니 지금쯤 한창 걷고 있을 A코스 회원들의 오른쪽 거망산 방향의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A코스는 15km로 B코스 보다 6km가 먼 거리에 산행시간을 두시간을 더 줬다. A코스 날머리 지점인 오산마을회관은 이곳 노상마을에서 3km떨어져 있는데 16시 20분까지 하산해서 버스로 오산마을회관으로 간다는 것이다.
오산마을까지 버스로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왜 미리 그쪽으로 가야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후에 보니 A코스에 날다람쥐 같은 회원은 17시경에 도착했는데 B코스 회원 중 여회원 두명은 16시 30분이 넘어도 오질 않으니 일단 버스가 오산마을회관으로 출발한다.
그 두명은 결국 노상마을회관에서 오산마을까지 걸어와 A코스 회원들이 언제 도착할지 모르는 가운데 합류했다.
▼ 윗 부분인 북쪽 남령재에서 남쪽으로 그어진 파란선은 A코스, 빨간선은 B코스다. B코스 인원을 태운 버스가 노상마을회관을 떠나 A코스 날머리인 오산마을회관에 도착한 시간은 16:40경이다. 17시 좀 넘어서 A코스 베테랑 두명이 도착했다. 정말 깜짝 놀랐다. 불과 7시간이 안 걸린 시간이다.
그것도 거망산에서 하산하는 길이 없어 잡목을 헤치며 뜯기고 찢기고 넘어지면서 하산한 시간이니 말이다. 바짓가랑이를 올려 정갱이를 보여 주는데 이곳저곳 상처투성이다. 그들은 혀를 내두르며 A코스 타지 않기를 잘했다고 한다.
우리 같으면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텐데 그래도 멀쩡해 보인다. 그렇게 빨리 걸어 내려온 원동력은 뭣일까...라면을 잽싸게 끓이며 술한잔을 기울이는 것으로 봐서 뜨거운 국물에 술한잔 하고 싶어서였을까? 아무튼 대단한 분들임엔 틀림없다.
문제는 41명이 참석해서 절반이 A코스를 탄 모양인데 언제 내려올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18시 40분이 되어서야 리딩대장과 함께 거의 다 하산했는가 싶었는데 다섯명의 일행이 안내려 왔다.
길이 없으니 내가 부탁했던 바닥지를 선두가 깔수도 없는 일이고 리딩대장과 연락이 되어 등로가 좋은 반대 방향인 용추폭포쪽으로 하산하도록 하여 버스가 그쪽으로 이동하여 그들을 태우고 캄캄해진 19시 20분경에 서울로 출발하게 되었다.
B코스는 A코스 회원들이 안쓰럽긴 하지만 졸지에 세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어서 속으로는 부아가 났고 마을사람들은 서울에서 왔다는 버스를 장시간 이렇게 주차하면 되느냐고 항의를 하는등 코로나로 인한 불안감으로 시골의 인심도 온데간데 없는 모습도 보아야만 했다.
결국 리딩대장이 사과하고 맨 마지막 탑승한 다섯명이 음료수 한병씩을 사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차라리 리딩대장이 빨리 판단하여 애초에 반대방향인 용추폭포로 하산하고 B코스 인원을 태운 버스가 그쪽으로 갔었더라면 고생도 덜하고 한 시간은 빨리 귀가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큰 산행이었다.
전철 막차를 타고 승용차를 세워둔 역에서 집에 오니 12시 반이 됐다.
그러면서도 왠지 절반 인원이 걸은 A코스를 못 탔다는 아쉬움이 큰 것은 왜 일까... 거망산의 빨간 정상석 글씨가 아무래도 나하고는 인연이 없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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