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4일(일)
사정상 2주간 산행을 못했다. 매주 신청은 해 놓지만 때론 차질을 빚어 못 갈 때는 다른 일을 하면서도 마음은 산에 있으니 집중이 안된다. 그러면서도 점점 꾀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100대명산 산행에 목표를 두었을 때는 날씨와 관계없이 도전했으나 이제는 날씨를 보게 되고 안개가 짙게 끼거나 비 예보가 있게 되면 동네 뒷산이나 오르자는 생각으로 바뀌게 된다. 더구나 무리하지 않기 위해 15km이상 거리의 산행은 되도록 하지 않기로 생각하고 있으니 스스로 체력의 한계도 느끼고 있음이다.
오늘은 처음 들어보는 전북 순창의 채계산을 오르기로 한다. 순창지역의 대표적인 산이 강천산인데 주변의 정읍 내장산, 백암산등 유명산이 많아 강천산이 밀리다 보니 공지가 되지 않아 겨우 한번 갔었던 지역이기도 하다.
주탑이 없는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가 얼마전 개통이 되었다고 하니 그전에 국내 최장이었던 파주의 감악산의 출렁다리가 생긴 후 가보지 못한 상황이라 이곳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터였다.
5일전까지만 해도 괜찮았었던 일기예보가 3일전에는 비 예보로 바뀌면서 실망감이 없진 않았지만 비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집을 나선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머리-순창군 유등면 유촌리 166 (버들2교), 정상-전북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 산 157,
날머리-전북 순창군 동계면 서호리 626 (구송정체육공원 주차장)
♣ 산행코스: 책암교-무수재-전망바위-금돼지굴봉-당재-순창책여산-황굴갈림길-장군봉-칼바위능선
-출렁다리-암릉-두꺼비바위-남원책여산-괴정골-임도-구송정체육공원
♣ 거리: 9km(들머리: 10:40, 날머리: 15:30)
∥채계산 개요∥
채계산은 전라북도 순창군과 남원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회문산, 강천산과 함께 '순창의 3대명산'이다.
전체적인 산세는 능선이 서남쪽에서 북동쪽으로 병풍을 펼친 듯 길게 뻗어 있는 바위산이며, 뾰족하게 솟은 칼바위와 기이한 형상의 암릉 그리고 노송(老松)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서 마치 '용아장성의 축소판'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산이다. 조망은 크게 우수하여 서쪽 발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적성강)과 순창군의 들판이 한폭의 그림처럼 바라다 보이고, 북동쪽으로는 풍악산, 남동쪽으로는 우뚝솟은 문덕봉과 고리봉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순창군 적성면 괴정리를 기준으로 남쪽의 342m봉우리는 순창 책여산, 북쪽의 361m봉우리는 남원 책여산으로 불리는데, 이 사이에 채계산의 명물인 "출렁다리"가 세워져있다. 이 출렁다리는 국내 무주탑 현수교 중 가장 길이가 긴 270m이며, 높이는 약 90m에 이른다. 또한 산중턱에 툭 튀어나온 큰 바위밑에 일명 "금돼지굴"이라는 전설속의 굴이 있으며, 그 아래에는 마치 백발노인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의 높이 6자가 넘는 바위가 있는데, 일명 '화산옹바위'이라고 한다.
더불어 정상아래에 있는 섬진강(적성강)은 과거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르는 소리꾼들이 배를 띄우며 풍류를 즐겼다고도 하고,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들이 우리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기 위해 이곳 정상에 쇠말뚝을 박았다고 한다.
채계산이라는 이름은 "비녀 채(釵), 비녀 계(筓)"자로서, 산세가 비녀를 꽂은 여인을 닮았다고 하여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외에도 수만 권의 책을 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책여산(冊如山), 순창군 적성면 적성강(섬진강)변에 있다고 하여 적성산(赤城山), 화산옹바위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고 하여 화산(華山)으로도 불린다.
▼ 버스로 내려올때 충청남도 지방까지 세차게 내리던 비가 이곳에는 구름만 잔뜩 낀 날씨로 비는 오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지만 이곳에도 비 예보가 있어 산행 중 언제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산행 속도를 높혀 보기로 한다.
▼ 얼마전 까지만 해도 청보리였던 것이 어느새 황금보리로 변했다. 추수 직전의 옛 보릿고개 시절을 떠 올리게 한다.
▼ 버스 하차지점에서 300m 정도 마을길을 따라 가다보면 왼쪽으로 본격적인 들머리가 나오고...
▼ 1km지점 부터는 세상에서 제일 걷기 좋은 길이라는 문구가 나올만큼 순탄한 오솔길이 이어진다.
▼ 첫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서쪽방향의 유등면 무수리마을 풍경을 보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날씨는 점점 어두워가고 원경은 고사하고 비만이라도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걷는 이들의 마음을 일깨워 주는 좋은 문구들이 삶을 뒤돌아 보게 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때론 나도 내 자신을 모르는데 남의 속을 어떻게 알 수 있으리요.
▼ 동쪽으로 문덕봉(598m)과 오른쪽으로 이어진 삿갓봉이 마주하고 그 아래로 광주~대구간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굽이쳐 뻗어 있는 풍경이다.
▼ 왼쪽 불뚝 솟은 고리봉과 가운데 멀리 동악산이 오른쪽 형제봉과 최악산으로 이어져 있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흐린 가운데서도 이만한 조망이면 더 바랄게 없다는 생각에 발걸음도 가볍다.
▼들머리에서 2km지점인 무수리 마을과 입암 마을을 넘나들던 고개인 무수재에 도착...
▼ 첫번째 데크 전망대에서 잠시 주변을 둘러 보지만 날씨 관계로 조망은 좋지 않다.
▼ 진행 방향의 풍경... 가운데 멀리 체계산 정상이 살짝 보인다.
▼ 두번째 데크 전망대에서 바라 본 서쪽 방향의 왼쪽 무수리 마을과 섬진강 건너편 오른쪽 적성면사무소 소재지인 고원리 마을
▼ 이곳이 틀림없는 금돼지굴봉인데 금돼지 굴은 어디에 있는지 찾을 길은 없고 정상석도 없어 묘지의 비석만 세워져 있다. 적성원님의 부인과 금돼지 전설이 전해오는 금돼지 굴이 있다. 새로 부임한 원님의 부인이 자주 실종되자 지혜있는 원님이 부인 치마 허리에 명주실을 달아 두었다.
얼마 후 갑자기 일진광풍이 일면서 정신이 혼미해진 원님이 한참후에 깨어보니 부인이 없어져서 명주실로 행방을 찾아보니 채계산의 굴쪽이었다. 수색대와 같이 올라가 보니 금돼지가 원님의 부인을 희롱하고 있었다.
부인이 금돼지에게 가장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본 즉 사슴가죽이라하자 원님은 사슴가죽으로 된 장롱 열쇠끝을 몰래 전해주었다. 그 부인이 녹비를 금돼지의 코에 넣었더니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그동안 참았던 비가 굵은 빗방울로 내리면서 우의와 우산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 비가 오지 않았을 때는 그런대로 조망이 좋았는데 비가 오면서 시야가 흐려져 실망감을 안겨준다. 바로 앞에 채계산 정상인 송대봉이 눈앞에 보인다.
이런 날씨에 우리 말고 과연 등산객이 있겠냐는 생각은 배낭에 달린 타 산악회 시그널을 세개나 보며 추월하면서 잘못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됐다.
▼ 당재에 도착, 하산한 만큼 또 올라야 한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운데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 타산악회원들이 많다.
소속회원들은 아는 사람도 없지만 어디쯤 와 있는지 뒤섞여 알 수가 없는 가운데 계속 진행하기로 한다.
왼쪽 방향으로 내려 가면 무량사와 황굴이 나오는데 황굴까지의 거리는 0.48km로 표시되어 있어 왕복 1km이므로 공복에 의욕이 나질 않아 생략하기로 한다.
▼ 경사로를 한참 올라 대나무 숲이 있는가 싶더니 큰 바위가 나오고 계단을 오르는데 바로 위에 정상석이 있는 줄을 모르고 일단 허기를 채우자는 생각에 계단 중간쯤 난간을 넘어 전망 좋은 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 점심을 먹고 몇 발자국 오르니 정상석에서 인증을 하겠다고 줄을 이은 산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모르는 이에게 부탁을 하여 겨우 한장 건졌다. 인천 계양산 높이가 395m인데 그보다 낮은 산이 긴거리를 와서 그런지 더 높게 느껴진다.
▼ 정상에서 뒤를 돌아보니 금돼지굴봉이 오똑 솟아 있다. 저곳에서 이곳을 볼때도 그리 보였는데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채계산은 길게 늘어진 능선과 함께 작은 봉우리들이 있어 업다운이 제법 있는 산으로 만만히 봐서는 안 될 산임을 알 수 있다.
▼ 채계산을 오르면 마치 항공사진을 보는 듯한 조망이 일품이다. 섬진강을 끼고 황금보리 물결을 이룬 들녘과 모내기철로 논에 물이 가득 채워져 색깔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 맞은편 구름을 휘감고 있는 칼바위능선이 눈에 들어온다. 마침 빗방울이 멈춰 순탄한 산행이길 바래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과 마치 가을 분위기와 같은 들녘을 바라보며 단풍철에 와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 당겨 본 칼바위능선
▼ 당겨 본 섬진강 자락과 들녘
▼ 뒤돌아 본 적성면 면사무소 소재지인 고원리 마을
▼ 들녘 한가운데 기와집으로 된 마을이 있어서 어떤 테마마을인가 했는데 섬진강 너머의 고원리가 아닌 채계산 반대편의 마을에 속하는 괴정리 마을이다.
▼ 정상에서 하산 했다가 다시 오르면서 칼바위능선을 걷게 되는 오르막 계단이다.
▼ 예전에 계단이 없을 때는 정말 스릴 넘치는 산행이었겠다.
▼ 철봉 난간을 따라 바위틈으로 이동하게 되고...
▼ 드디어 능선에 오르자 말 그대로 칼날과 같은 바위가 이어진다. 안전 시설이 아니었다면 엄청나게 시간이 소요되었을 산행 속도다
▼ 이런 곳을 언제 또 와 볼런지...지나가는 산객에게 어렵게 부탁해서 한 컷 담아 본다.
▼ 진행방향은 왼쪽으로 섬진강과 들녘이 보이고 뒤돌아 본 풍경은 이와같이 오른쪽으로 섬진강이 눈에 들어온다.
▼ 철제난간이 끝나면 다시 데크계단으로 이어지고 모두 저곳에서 인증을 하다보니 시간 또한 많이 지체된다.
▼ 찌르면 찔릴 듯, 베면 베일 듯, 칼날 같은 바위가 예리하게 솟구쳐 있다.
▼ 그 아래로는 천길 낭떠러지 절벽이다.
▼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지만 안개가 끼어 오늘 산행의 절정인 출렁다리가 제대로 조망될런지 염려스럽다. 중간의 당재쪽에서 올라온 산객들이 있어서 일까 들머리에서 보다 훨씬 많은 인파로 붐비는데 그리 높지 않은 산이어서 어린아이들까지 가세하다 보니 산행이 더딜 수 밖에 없다.
▼ 마지막으로 뒤돌아 본 칼날바위능선...
▼ 드디어 출렁다리 부근에 도착, 등로에서 약간 벗어난 육각정에 올라 주변 풍경을 조망해 보고...
▼ 바둑판 같이 반듯반듯한 벌판에 각종 색감이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의 한 형태로 보여지는 아름다운 풍경이다.
▼ 바로 보이는 출렁다리 전경이 눈에 들어오고 염려와는 달리 안개에 가려지지 않은 전경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코로나 감염 우려와 비 예보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보면 앞으로 이곳의 출렁다리가 점차 알려지게 되면서 더욱 많은 관광객이 찾을 것이란 생각이다.
▼ 한참을 기다려 관광객이 뜸한 틈을 이용, 한 컷 담아본 출렁다리...
반대편은 남원의 책여산으로 이 출렁다리가 없을 때는 다시 하산했다가 다시 저산을
올라야했으니 관광 목적도 있겠지만 산행시간을 엄청 단축한 다리이기도 하다.
▼ 좌, 우 측면에서도 담아 보고...
▼ 출렁대는 움직임이 제법 있어 고소공포증에 난간을 잡고 겨우 한발씩 떼는 할머니들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기도 한다.
▼ 출렁다리 중간 쯤에서 내려다 본 동쪽방향
▼ 출렁다리 중간쯤에서 내려다 본 서쪽방향... 대형버스들이 주차장에 가득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출렁다리 좌우쪽을 이용하여 양방향에서 올라오니 이곳은 붐빌 수 밖에 없다.
▼ 건너편에서 뒤돌아 본 풍경...
전국 최장의 무주탑 산악 현수교로서 얼마전에는 파주 감악산의 출렁다리가 길이 150m, 폭 1.5m로 105억의 공사비를 들여 2016년 9월 16일 개통되어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 이곳 채계산에 그보다 무려 120m가 긴 270m의 출렁다리가 생김으로서 국내 최장의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그 높이 또한 가장 낮은 곳이 지상으로부터 75m, 가장 높은 곳이 90m에 이른다.
지난 2018년부터 본격 착공에 들어간 채계산 출렁다리 공사는 코로나로 인해 개통 일자가 다소 지연되기는 했지만 2020년 3월 27일 개통하면서 본격적인 관광객들이 찾게 됐다. 대형버스를 비롯해 승용차 등 500여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 건너편에서 당겨 본 출렁다리
▼ 남원의 책여산 방향으로 오르는 길은 전망대까지 데크로 계단이 이어진다.
▼ 설치된지 얼마 안된 깔끔하고 널찍한 전망대에 이르러서 다시 주변을 둘러보기로 한다.
▼ 채계산과 칼바위능선을 지나 출렁다리 모습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조망 좋은 전망대다.
▼ 당겨 본 출렁다리
▼ 채계산과 칼바위능선...절벽위의 팔각정도 일품이다.
▼ 채계산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돌려 본 풍경...
▼ 남서쪽 방향의 풍경...
▼ 4형제 바위를 지나고...
▼ 마지막 봉우리인 남원의 책여산(361m)에 도착했다. 지도를 살펴보면 행정구역상 이곳도 분명 순창지역인 것 같은데 남원으로 소개되어 있으니 이 또한 의아한 부분이다.
정상석은 없고 책을 쌓아놓은 듯한 바위가 많아서 명명된 책여산이란 이름이 누군가에 의해 쓰여져 있어 정상임을 나타낸다.
▼ 급경사로의 막바지 로프로 하산하고...
▼ 임도가 나오고 왼쪽으로 접어들면서 섬진강의 지류인 화림천의 괴정교를 지나면서 사실상 산행이 종료된다.
▼ 버스가 주차된 구송정체육공원에 도착, 잘 갖춰진 화장실과 흘린 땀을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이 있어서 좋다.
▼ 구송정체육공원의 토끼풀까지도 정감이 가는 풍경이다.
채계산의 매력은 세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로 섬진강 방향으로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고 두번째는 칼바위능선의 풍경, 마지막으로 국내 최장의 출렁다리를 걸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비록 날씨가 좋지 않아 아쉬운 감은 있지만 적당한 거리와 볼거리가 많아 흥미로운 산행임엔 틀림없다. 계절을 궂이 논할 필요는 없지만 단풍 든 가을철도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