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이기철
벚꽃 그늘 아래 잠시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입던 옷 신던 신발 벗어 놓고
누구의 아비 누구의 남편도 벗어 놓고
햇살처럼 쨍쨍한 맨몸으로 앉아 보렴
직업도 이름도 벗어 놓고
본적도 주소도 벗어 놓고
구름처럼 하이얗게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그러면 늘 무겁고 불편한 오늘과
저당 잡힌 내일이
새의 날개처럼 가벼워지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벚꽃 그늘 아래 한 며칠
두근거리는 생애를 벗어 놓아 보렴
그리움도 서러움도 벗어 놓고
사랑도 미움도 벗어 놓고
바람처럼 잘 씻긴 알몸으로 앉아 보렴
더 걸어야 닿는 집도
더 부서져야 완성되는 하루도
동전처럼 초조한 생각도
늘 가볍기만 한 적금통장도 벗어 놓고
벚꽃 그늘처럼 청정하게 앉아 보렴
그러면 용서할 것도 용서받을 것도 없는
우리 삶
벌떼 잉잉거리는 벚꽃처럼
넉넉하고 싱싱해짐을 알 것이다
그대, 흐린 삶이 노래처럼 즐거워지길 원하거든
이미 벚꽃 스친 바람이 노래가 된
벚꽃 그늘로 오렴
▼ 꽃마리
▼ 좁쌀냉이
▼ 서양민들레
▼ 호제비꽃
'여행 및 기타 > 사진추억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리한강시민공원 유채꽃 (0) | 2014.05.05 |
---|---|
어느 산행을 마치고... (0) | 2014.05.02 |
일산 호수공원에서... (0) | 2014.04.08 |
부천 진달래동산(원미산) (0) | 2014.04.05 |
봄나들이 (0) | 2014.03.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