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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야기/교동 풍경

장맛비가 시작되던 날

2012년 6월 30일(토)

 

어젯밤 밤새도록 비가 내렸다. 두달간 꼬박 비 한방울 내리지 않은 가뭄끝에 드디어 비다운 비가 내렸다.

해갈은 다소 되었지만 그동안 고향 농촌 들녘은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104년만의 가뭄이라니 지금 살고 있는 분들이 모두 느끼지 못했던 가뭄이다.

작년 장마에는 거의 한달간 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와서 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는 속담이 실감나는 해이기도 했다.  

올해는 정 반대다. 지구의 날씨변화가 이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옛날 천수답이었다면 그토록 흉년으로 시달렸다는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던 그 당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기근에 허덕였을 것은 뻔한 일이다.

그 어느 지역보다 옛부터 개인소유인 물꽝을 비롯 지하수 개발등 꾸준히 가뭄에 슬기롭게 대처해왔고  이제는 대형저수지 두곳이 버팀목이 되어 엄청난 저수량을 자랑하고 있기에 논농사는 걱정이 없어졌다는 것이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고향들녘의 표정이 궁금하고 할 일도 있고 해서 고향방문길에 올라 봤다.

 

   ▽ 나들길 걷기 행사가 있다고 하였으나 오전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로 카페리호가 출항을 하지 않아 취소되었다 한다.

     오후가 되어 날이 갤 듯 하여 나는 잽싸게 짐을 챙겨 고향길에 나선 길이다.

     창후리에 도착하니 먹구름 사이로 언뜻 파란 하늘에 햇살이 드리우기도 한다.

 

 ▽ 고향갈 때 마다 같은 풍경이지만 그렇다고 항상 똑 같은 풍경과 느낌이 같을 수는 없다

 

 

 

▽ 창후리 포구엔 늘 그렇듯 한산해 보인다. 생새우, 마른 새우를 비롯, 새우젖이 많은 편이지만 어판가게마다 배를 갖고 있어서 때를 잘 만나면 싱싱한 횟감도 맛 볼 수 있다. 요즘엔 숭어회를 비롯, 병어, 밴뎅이가 출하된다.

 

 ▽ 갈매기는 사람들과 친구가 된지 오래다.

 

 ▽ 내 고향이 더 그리운 것은 어쩌면 바다건너가 고향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살짝 바다에 실비단 같은 햇살이 드리웠다.

 

 ▽ 배 올시간이다. "얘들아! 갯버들님이 고향 가신단다. 빨리 도열해라...어서!!" 

   "일렬횡대...전체 차~렷! 경례!"  필~~승!!

   "헐~ 내가 뭔 필승 노래방가는 줄 아니?  암튼 고마웡~~"

 

▽ 얼마나 다녔던 고향길이던가! 먼 훗날 이렇게 카페리호에 승선하여 다녔던 일도 좋은 그리고 아쉬운 추억으로 남으리라...

 

▽ 혼자 일 때는 갈매기가 유일한 벗이다. "너희들 목살과 뱃살을 봐라. 니들을 위해 이젠 새우깡은 접었느니라."

 

▽ "갯버들님! 그게 아니고요, 걍, 바다건너까지 배웅 하는 겁니다. 저얼대 새우깡보고 가는게 아니에요~"

     " 그래! 알았다. 알았어! 하도 많이 들은 거짓말, 그짓말...가짓말도 좋다."

 

▽ 이젠 중앙부 교각도 우뚝 섯구나. 연륙교로 달리면 5분도 안 걸릴 거리를...이렇게 먼 세월까지 왔네.

 

▽ 언제부턴가 내가 첫 대면하는 꽃이 무엇인가를 보게 된다. 갈매기를 보내고 나니 기다렸다는 듯 곱게 단장한 자귀나무 꽃이 나를 반긴다.

 

 

 

▽ 길을 막아선 물이 얼마나 반갑던지..."ㅂㅣ야! 이제라도 또 내리렴, 내가 다 맞아 줄테니..." 

   다을새길을 역으로 월선포로 부터 동진포, 읍내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 고향 바닷가 주변의 수로가 채워지려면 얼마나 비가 더 와야 할런지 모른다. 100밀리면 될까. 아니 200밀리면 충분하리...

 

▽ 억새도 아닌 것이, 갈대도 아닌 것이...

바로 <모새달>이다. 해변의 나들길 코스를 장식하고 있다.

 

▽ 걸으며 자꾸 뒤돌아 보게 되는 다을새길의 해변코스...예초기로 길벗님들을 위해 말끔히 정리해 놓았다.

 

 

▽ 운치있는 이와같은 <산조풀>도 만날 수 있다.

 

 

▽ 억새와 갈대와 모새달이 어우러진 이 길을 가을에 걷노라면 더욱 낭만을 불러 일으키게 할 것이다.

 

▽ 푸르른 벼...비 온 후라 그럴까 전혀 가뭄이 있었다는 것을 못 느끼겠다. 올해도 대풍을 기원해 본다.

 

  

▽ 가뭄에도 정성들여 기른 기생초...지난밤의 비에 시달렸다 보다...

 

▽ 백일홍도 이쁘고...

 

▽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위해 선물했을 카네이션...그 고마움을 계속 간직하고 싶어 정성되게 심어 놓은 부모님 마음...밭 한켠에서 잘 살아 계속 꽃을 피운다.  "엄마, 아빠 사랑해요"  단 몇 마디의 글이 마음을 찡하게 한다.

 

▽ 낮달맞이가 화사하게 단장을 했다.

 

▽ 가뭄에 수확한 마늘...굵은 놈은 꽤 알이 굵다. 동네에서 살짝 가격을 물어 보니 아주 알이 굵은 것은 4만원, 중간것은 3만원에 판매한단다.  시중에서는 5만원이라고 하는데...

 

▽ 오이 수확도 한창...노각도 보인다.

 

▽ 참외는 아직...잎사이로 하얀 줄무늬가 선명한 노란 참외가 얼굴 내밀기만을...

 

▽ 땅콩...잘 키운집은 엄청난 세력으로 넝쿨졌다. 이만하면 대풍일 듯...

 

▽ 고추농사도 천차만별...역시 얼마나 정성된 손길이 닿았느냐에 따라 다르다. 가뭄에 물을 얼마나 적절하게 적시에 줬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어떤 고추대는 잎은 시퍼렇게 무성한데 고추는 별로 달리지 않고, 어떤 고추대는 키도 작고 열매도 별로 없고...

 

▽ 이만하면 실한 고추라고 내 나름 평가해 본다.

 

▽ 이 많은 옥수수 농사를 어떻게 지었을까...두달간 동안 물을 어떻게 공급했을까 그 생각뿐이다.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게 하고 열매에만 영양분이 공급되어 빨리 수확할 수 있도록 모두 윗부분을 잘라냈다.

 

▽ 채송화를 가꾸는 이쁜 마음...가꾼 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 쑥갓도 질세라... 국화 못지 않게 이쁘게 피었다.

 

▽ 플록스(=풀협죽도)...화려함의 극치.

 

▽ 읍성...그럴 듯하게 복원될 날이 있으려나...

 

▽ 부근당...말끔하게 단장되었다. 막걸리 놓고 삽질 할떄가 엊그제 같기만 한데...

 

▽ 해가 뉘엿 넘어갈 때인가, 먹구름 사이로 저녁 노을이 환상을 불러 일으킨다.

 

 

▽ 꽃을 베는 여인...알고 보니 가뭄의 묵은 밭에 무성히 핀 개망초를 베는 할머니, 꽃을 든 여자였다.

 

▽ 송엽국이 아름답다.

 

▽ <가우라(=홍접초, 백접초)>도 갸냘픈 모습으로 객을 반긴다.

 

▽ 앵두빛 고운 입술같다고 했던가!

 

▽ 감나무의 풋감만 봐도 옛추억이...

 

▽ 고향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호두나무도 열매를 맺었다.

 

▽ 그곳에 선자리엔 잊을 수 없는 추억도 있는데...

 

▽ 원예종이 이쁘긴 하지만 수수한 야생화를 나는 더 사랑한다.

 

▽ 왕원추리도 야생화지만 이젠 제법 화단, 집주변에서 원예종같이 사랑을 받는다.

 

▽ 뱃시간은 재촉하는데 솔나물이 또 발목을 잡는다.

 

▽ 넌 또 뭐냐? 오잉? 영지버섯! 올해 세상에 나왔을텐데 길가에서 얼마나 버티겠니? 사진 모델이나 되어 주렴...

 

▽ 도깨비사초...심술있는 사람에게 잘 익은 방망이를 선물로 주고 싶다.

 

▽ 다 자란 모습의 콩배...결코 돌배가 아니다. 돌배는 이것보다 훨씬 크다.

 

▽ 나 혼자 두번째 앉아 보는 벤치이다. 다정한 모습으로 앉아 보고 싶기도 한데...

 

▽ 떨어진 산벚나무 열매가 땅을 보라색으로 물들였다..

 

▽ "허걱! 너는 누구더냐?"

    " 네, 톱하늘소라 부르옵니다."

    "네가 말을 안해도 알겠다. 더듬이가 톱날 같이 생겼구만..."

 

    "근데, 시방, 턱걸이 하니?"

 

▽ 주변에 함께 걸었던 참나무 숲이 너무 좋다...

 

▽ 큰까치수염의 머리도 그동안의 햇살에 벗겨졌다.

 

▽ 좁쌀풀이 갓 피어난 채로 수줍게 방긋 웃는다. 방긋, 방긋~~

 

▽ 고삼(=도둑놈의 지팡이) 덜핀 것은 고무신, 활짝 피면 장화모습... 

 

▽ 버드쟁이나물...가새쑥부쟁이와 잎과 꽃이 거의 흡사하지만 꽃이 작고 성기게 나며 잎도 좀 다르다.

 

▽ 이게 무슨 꽃일까?

 

 ▽ 윗꽃은 바로 이와 같이 열매를 맺는 멍석딸기이다. 고향에서는 산딸기라고 부르지만 산딸기는 따로 있다.

멍석딸기는 덩굴성이고 산딸기는 마치 복분자딸기같이 직립형이다. 어릴 적 주전자 들고 온 산을 누비며 딸기 따러 다녔던 추억에 살짝 입에 넣어 본다. 긴 가뭄에 만물들은 그래도 제 할일은 다 하는가 보다.

 

▽ 엉겅퀴...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 수컷과 등애가 꿀 빨기에 정신이 없다.

 

▽ 꼬리조팝나무...색감도 좋고 꽃이 참 이쁘다. 야생화인데 이제는 화단에도 많이 심겨진다.

 

▽ 털여뀌(노인장대)...고향에는 유난히 타지역에서 그리 흔하지 않은 털여뀌가 많은지 모르겠다.

 

▽ 나도개피...

피 종류도 엄청 많은데...

고향것이 되서 그런가...

별걸 다 찍었네.

 

▽ 나는 우리 고향만큼은 돼지풀이 없는 줄 알았다. 길가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지금까지 보질 못했기 떄문이다.

강화에만 가도 엄청 많은 이 환경유해식물이 왜 우리 고향에만 없는가 의아해 했는데 그건 완전히 잘 못된 생각이었다. 발견만 못했을 뿐이었다.

상룡리 주변을 중심으로 이 돼지풀 뿐만 아니라 키가 2미터도 넘는 엄청난 세력으로 토종 식물을 잠식하는 단풍돼지풀도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산포를 중심으로 화개산 8부 능선까지 오염된 나래가막사리를 비롯, 외래종의 유해식물 퇴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 밭곡식이 자리 잡지 않은 곳엔 이와 같은 메꽃이 사람의 눈길을 끌게 만든다.

 

▽ 가지도 반찬거리로 딱 좋게 열었다.

 

▽열매채소들도 이제 본격적으로 익어 가끔은 입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 비가 와도 일, 비가 안와도 일...농촌의 일은 끝이 없다. 일하기로 끝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운명이요, 삶이다. 만물이 다 그런 것 처럼...

 

▽ 들깨 모종...아마 교동님들이 들깨나 콩 모종을 했을 것이란 생각이다. 파란장화. 빨간장화. 노란장화를 신고...

 

▽ 하루해가 어느덧 뉘엿, 만물들과 대화하다 보니 시간이 또 그렇게 흘렀다. 서두르는 길에 루드베키아가 배웅을 하는 듯 환한 웃음으로 너울 너울 손짓을 한다.

 

▽ 작년에도 너희를 보았듯 올해도 보았고 또 내년을 기약하자. 살아 있는 한 그 누구도 이별이란 없는 것이다. 만남뒤에 헤어짐이, 헤어짐뒤엔 반드시 만나는 날이 있을 터, 있는 자리에서 각자가 열심히 일하며 보람을 얻고, 되도록 날마다 행복한 삶으로 오늘을 웃자.

 

 

날이 흐리고 안개가 자욱해서 화개산 정상에 올라보는 일은 포기했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화개산의 표정을 또 담아 볼 예정이다.

고향을 방문할 때 마다 돌아오는 길이 아쉽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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