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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문덕봉 & 고리봉

2024년 9월 8일(일)

산행을 하다보면 어쩌다 궁금해서 가게 되는 산이 있고, 경치가 좋아 계절별로 가봤으면 하는 산이 있고, 꼭 가봤으면 하는데 기회가 되질 않아 못 가본 산이 있다. 오늘 올라 볼 산은 꼭 가봤으면 하는 산이었다. 2023년 12월 27일 그리 높지 않은 곡성의 설산을 올랐는데 마침 산행 전날 폭설이 내려 녹지 않은 가운데 눈꽃과 함께 상고대까지 생겨 환상적인 산행을 했다. 말 그대로 설산에서 설 산행을 한 것이다.

안개가 끼어 조망이 없었는데 설산 정상에 이르니 거짓말 같이 펼쳐진 설경은 그림 그 자체였다. 그곳에서 바라 본 문덕봉~고리봉~동악산으로 이어진 설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고리봉에 오르는 코스가 있다는 것도 모른 채 한번 기회가 되면 올랐으면 하는 바램이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온 것이다. 무더위에 당일치기는 힘들겠다는 판단에 무박으로 진행예정인 것 같아 다행이라 여기며 아내와 함께 길을 나선다.

∥산행 개요∥

♣ 소재지: 들머리-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주생면 내동리 산 65-1 정상(고리봉)-남원시 금지면 방촌리 산 141-1, 날머리- 남원시 금지면 서매리 753-7

♣ 코스: 비홍재-비홍산성-곰재-문덕봉-고정봉-그럭재-두바리봉-삿갓봉-고리봉-만학재-만학계곡-매월당-매촌마을(포도집하장)

♣ 거리:12.8km(출발:03:50, 도착-14:10)

▽ 계획된 산행 거리는 12km이나 실제는 더 되는데 주어진 시간은 10시간 30분으로 14:30이 마감시간이다. 발빠른 회원은 7시간만에 완주도 한다지만 한낮 기온 35도의 무더위에서는 자칫 낭패를 볼 수 있기에 무박으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준 것 같다. 

 

▽  버스가 들머리에 도착한 시각은 03시, 리딩대장과 일부 회원이 취사도구를 준비해 와 라면을 끓여 주어 준비해 간 간식과 함께 새벽부터 버거운 식사지만 산행을 위해 먹고 나니 산행 예정 시간인 4시가 다 되어 간다.

순창~담양간 24번 국도에 비홍재(飛弘-)가 있다. 바람은 없고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습도는 매우 높아 후덥지근한 새벽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새벽에 헤드라이트를 켜고 800m쯤 왔을까 높게 쌓은 석축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비홍산성(飛弘山城)임을 알게 됐다. 

비홍산성 (飛弘山城)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 대강면과 주생면에 걸쳐 있는 포곡식 산성이다. 2000년 12월 29일 전북특별자치도의 문화재자료 제174호로 지정되었다.

성벽은 적당히 깎은 가공석을 이용하여 내외면의 면을 맞추고 그 안쪽에는 할석을 채웠으며 내탁법으로 쌓아올린 성벽 중 6m가량 높이가 남은 곳도 있으며 대체적으로 잔존 성벽 상부 폭은 4.7m 내외이다. 또한 『고적조사』에 의하면 주위는 약 900m 정도로 알려져 있다.  망루지와 건물지로 추정되는 터가 보이고 있으며, 삼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기편과 기와편이 보이고 있다. [위키백과]

곰재를 지나고...

문덕봉에 이르러서야 서서히 동이 트는데 안개로 인해 주변 조망은 제로이다. 

문덕봉(598.1m) 정상석

날씨만 쾌청했더라면 이곳 정상에서 일출도 보고 체계산과 용궐산도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 

비홍재에서 문덕봉까지 4km인데 고리봉까지는 5km이니 아직 반도 못 온 셈이다. 

진행방향의 풍경

언제 설치해 놓은 것인지 데크계단이 잘 놓여져 있어 안전하고 오르내리기에 편리하다. 

본격적인 바위와 암릉산행이 이어진다.

나무가지 사이로 혹시나 기웃거려 조망을 해 보지만 별 의미가  없다. 

안전로프나 데크계단이 없었을 때에는 난이도가 있었던 산행지였을 것 같다.

두 번째 봉우리인 고정봉에서 한컷! 고정봉을 오르기전 문덕봉을 뒤돌아 보면 멋졌을 풍경인데 오늘은 미련을 갖지 않기로 한다. 

다시 이어지는 암릉 바위...

살짝 구름층이 걷히면서 멀리 삿갓봉과 그 뒤로  오늘의 목적지인 고리봉이 까마득히 보인다. 

아쉬운대로 풍경사진을 담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이 코스의 산도 운치가 있는 소나무가 암릉과 함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뒤돌아 본 풍경

진행방향의 풍경

흔히들 문덕봉~고리봉을 설악산의 용아장성(龍牙長城)을 비유하여 남원의 용아장성으로 불린다는데...

그만큼 이 지방에서는 암릉으로  빼어난 절경을 갖고 있다는 의미일 테다.

※ 참고: 설악산 용아장성 https://openwindow.tistory.com/7154499

                                                      ▽ 안개가 끼여 있으니 오히려 특정 풍경이 두각을 나타낸다. 

                                                         ▽ 뒤돌아 본 풍경

데크계단으로 이어지는 코스...

뒤돌아 본 풍경으로 안개에 역광으로 선명하지는 않지만 산세가 좋아 보인다. 

아직도 고리봉까지 3.8km이니 제자리 걸음인 것만 같다. 

철탑이 있는 저곳이 그럭재인 것 같고 그 넘어로 가려진 산이 두바리봉으로 보인다.  한참을 하산했다가 다시 올라야 하는 부담이 크다.

그럭재에 도착, 이곳에서 삿갓봉을 경유, 고리봉을 컨디션 난조 등으로 오를 자신이 없는 회원 몇 명이 탈출로인 서매마을로 하산한다고 한다.

봉우리에 올라서자 돌무덤이 나타나고 앞에 또 하나의 봉우리... 도상에는 표기가 안된 두바리봉인 것 같다. 

두바리봉을 넘어 삿갓봉을 오르면서 암릉에서 뒤를 바라보니 구름에 가려진 고리봉이 보인다.

서쪽 방향인 고리봉 아래로 펼쳐진 섬진강 줄기...굽어진 섬진강 왼쪽이 전남 곡성군 입면이고 오른쪽은 남원시 대강면에 속한다. 

가운데 멀리 구름 아래로 흰 건물은 금호타이어 곡성공장이다. 그 오른쪽 넘어로는 전북 순창군에 속하고 있으니 3개의 시,군이 섬진강을 끼고 갈라지는 셈이다. 

남원시 대강면 일대로 시계만 좋았다면 구름 넘어로 순창읍 시내가 보였을 테다. 

뒤돌아 본 북쪽 방향의 두바리봉

북쪽 방향으로, 지나 온 멀리 우뚝 솟은 문덕봉과 왼쪽에 고정봉, 그리고 왼쪽 철탑이 세워진 그럭재가 한 눈에 들어오니 구름이 걷히면서 이만큼이라도 조망이 트여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동북 방향으로 오른쪽으로 멀리 남원시 주생면 내동리에 있는 금풍제(저수지)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금지면 입암리 일부 풍경이 보인다. 

삿갓봉에 올랐다. 높은 습도와 기온에 온몸은 젖고 지칠 수밖에 없다. 아직도 고리봉까지 가려면 1.5km 더 가야하니 그동안 업다운이 많아 애를 먹었는데 또 하산했다가 오를 생각을 하니 자꾸만 하품이 나온다. 

삿갓봉 바로 아래 벌거숭이 묘가 있는데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그러고 보니 삿갓봉 오르기 전 봉우리에서 돌무덤도 봤고, 이 고산지대에 시신을 지게에 지고 올라 왔을텐데  묘를 쓴 자손도 정성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삿갓봉을 하산하며 바라 본 고리봉...알고 보니 고리봉 바로 앞에 또 하나의 봉우리가 있으니 산행거리가 문제가 아니라 업다운이 많은 산은 그만큼 난이도가 있다는 얘기다.

렌즈로 당겨 본 고리봉

▽ 북서쪽 방향으로 2023년 12월 17일 올랐었던 괘일산, 설산이 보이고 가운데 순창읍이 눈에 들어오면서 오른쪽으로 낯익은 산군들이 펼쳐지니 반가운 마음에 정신이 번쩍 든다. 

 

북동쪽 방향으로 가운데 멀리는 남원시내가 눈에 들어오고 오른쪽 멀리 견두산(775.1m)가 아스라이 보인다. 그 너머로는 지리산 만복대를 비롯하여 반야봉 등 지리산 주 능선이 자리하는데 오늘은 여기까지...

2023년 12월 17일 곡성의 설산을 올랐다가 북동쪽으로 조망해 본 문덕봉~고리봉 코스

※ 참고: 설산 https://openwindow.tistory.com/7154790

▽ 동쪽 방향으로 보이는 지리산 주 능선 일부 풍경과 고리봉에서 섬진강을 건너 동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위험한 구간이 곳곳에 있으나 ㄷ자형의 철을 박아 놓아 손잡이 역할을 물론, 디딤판 역할을 하니 안전하게 오르내릴 수 있다.

청명해지는 날씨에 다시 한번 풍경을 담아 보고...

마지막 고리봉 한 개만 남았다. 그 넘의 고리를 얼마나 채워 놨는지 쉬 넘보다가 혼쭐이 나는 산행이다. 

마지막 용을 쓰며 바위를 오르고 가파른 경사를 오르니...

허거걱!! 또 무덤이... 묘지 뒷편에 정상석이 놓여있다. 

남원 고리봉(環峰)

고리봉은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대둔산, 기차산, 구봉산, 문덕봉과 함께 '전북특별자치도의 5대 바위명산'이다.

전체적인 산세는 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수려한 산세와 여러개의 암봉으로 이어진 전형적인 바위산이다. 동서 양면으로는 거대한 병풍을 두른 듯 높은 절벽과 함께 산세가 웅장하게 솟아 있어서 흡사 '설악산의 축소판'이라고도 한다.

반면에 능선상에는 울창한 소나무 숲이 있어서 부드러운 육산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조망도 우수하여 사방으로 막힘이 없는데, 서쪽으로는 전북 순창군의 들판위로 강천산과 추월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남쪽으로는 발 아래로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위로 곡성의 동악산이 다가온다. 참고로 고리봉과 동악산을 가르는 약 7km의 섬진강 골짜기를 소나무가 무성한 골짜기란 의미로 "솔곡(松谷)"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고리봉이라는 이름은 "고리 환(環)"자를 사용하여 환봉이라고도 하는데 소금을 싣고 섬진강을 거슬러 오수정(五樹亭)까지 올라오던 "배를 묶어 놓았던 고리가 있었다"고 하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북동방향으로 정상에서 주변을 조망해 보는데 잡목에 가려 일부만 보인다. 가운데 멀리 남원시가 보이는 풍경...

남서 방향으로는 곡성읍내가 보이는데 오른쪽으로 동악산을 담지 못해 아쉽다.

본격적인 하산으로 돌입하는데 하산길도 순탄하지만은 않다. 

▽ 북쪽으로 지나온 문덕봉~고정봉~두바리봉~삿갓봉을 담아보고...

멀리 회문산 주변 산은 가보지 못해 숙제로 남아 있는 가운데  2021년에 올랐었던 용궐산과 삿갓봉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채계산도 2020년도에 올라 봤으니 이 일대 산은 거의 와 본 셈이다. 

오전과는 달리 조망이 트여 좋다. 

지친 몸을 이끌고 만학계곡에 이르자 부족했던 식수도 해결하고 몸을 씻고 나니 한결 컨디션이 좋아지면서 긴 계곡길을 달려간다. 

능선상으로는 길이 없고 계속해서 이 바위계곡을 따라 하산, 야산에 심은 차(茶)군락이 나올 때까지 내려가야 한다. 그러므로 갑자기 내리는 폭우에 계곡물이 불어 난다면 자칫 고립될 수도 있어 산행 전 신중을 기해야겠다. 

드디어 매촌마을이 보인다. 나뭇가지에 달려있는 많은 산악회 시그널을 보면서 많은 발길이 닿은 산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매월당을 지나 매월포도집하장에 주차되어 있는 버스에 오르면서 산행을 마친다.

우연히 겨울에 곡성의 설산을 올랐다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산군들 중에 특히 고리봉이 눈에 들어와 언젠가는 한번 올라보겠노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 이번에 성사되어 묵은 숙제를 또 한번 풀게 됐다.

비록 날이 무더워서 힘들기는 했지만 그동안 쌓아 온 체력으로 잘 견뎌내어 완주를 해서 보람이 있다. 다시 또 와 볼일은 없겠지만 겨울산행은 좀 위험하고 봄, 가을로 와 볼만한 산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