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경상북도

[안동] 왕모산

갯버들* 2023. 3. 2. 20:19

2023년 3월 1일(일)

그저께 거제의 선자산과 계룡산을 연계하여 산행을 하고 3.1절 휴일인 오늘은 쉴만도 한데 산행 욕심이 도져서인지 산행지를 뒤적거리다가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었으니 안동의 왕모산이다. 사실 안동지역은 조상들의 본관이기에 친척 한 분 살지 않는 곳이지만 정이 가는 지역이다. 그러나 일부러 이곳에 와 보기란 쉽지 않고 그 옛날 식구들과 하회마을과 시조의 묘(태사묘)를 찾아 보기 위해 둘러 본 것 외에 2019년에 학가산을 올랐던 것이 전부이다. 다시 한번 기회가 생겼으니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역사적으로 이야기 거리가 있기도 한 왕모산을 올라 보기로 한다.

 

∥산행 정보∥

♣ 소재지: 들머리-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 639-3(왕모산 주차장), 정상-안동시 예안면 삼계리 산 122-1, 날머리- 안동시 도산면 단천리 415-2(묵시골입구)

♣ 코스: 왕모산 주차장-왕모당-갈선대-왕모산-기암-한골-묵시골-묵시골입구 버스주차장

♣ 거리: 6.8km(출발:10:40, 도착:14:25)

 

 도착 예정시간 10분이 늦은 10:40분에 들머리 주차장에 도착, 6.8km거리에  4시간이 주어져 산행마감은 14:40으로 다소 여유 있는 시간이다.

▽ 고택이 많은 지역답게 왕모산관리소 건물이 독특한 주차장에 하차하여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 첫 들머리의 등로는 야자수매트가 깔린 아주 순탄한 길로 이대로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걷겠다는 힐링이 되는 등로이다.

▽순탄한 길도 잠시, 통나무로 된 급경사의 가파른 길을 오르는데 나중에 안 일이지만 정상까지 반복되는 업다운이 몇 차례 있게 된다.

▽ 첫 조망처에서 서쪽편으로 바라 본 풍경으로 낙동강의 굽이친 물줄기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 왕모산성이 있다는데 흔적은 없고 왕모당이 보인다.

왕모당(王母堂)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평정하고 환도하여 어머니(王母)가 피난했던 곳에 건립하였다. 홍건적의 침입시 공민왕을 돕고 지렁이로 화한 노장수의 공을 기리기 위하여 벽화, 화상, 제기 등을 보내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는데 이 당에서는 신기한 일화가 전해 오고 있다.

8.15해방 직전에 국가의 경사를 알리는 신기한 징소리가 여러번 울려왔고 인근에 산불이 나도 이곳은 항상 무사하였다고 한다. 이 왕모당 안에는 나무로 생긴 남녀 각 1구의 사람상(木身像)이 있으며 이 곳 원천리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이 곳에서 동신제(洞神祭)를 지내고 마을의 안녕과 복됨을 기원하고 있다. [안내문]

▽ 왕모당은 문이 닫혀 있고 통상 당산제를 지낼 때 당산나무 주변에 왼새끼를 꼰 새끼줄인 '임줄'을 쳐 놓아 부정한 사람들의 출입을 금한 것 처럼 이곳도 그러한 분위기다. 내부가 궁금하여 묵례를 하고 살짝 문을 열어 보니...

▽ 나무를 깎아 만든 부부의 목신상(木神像)이 봉안되어 있고 가운데는 왕모산성 성황신위(王母山城 城隍神位)라는 지방(紙榜)이 붙여져 있어서 이들이 성황신들임을 알 수 있다. 성황신은 마을과 성을 수호하는 토속신이다.

▽ 왕모당에서 350m 거리에 다다르자 아랫쪽이 보이지 않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의 바위가 나타나는데 그 위가 바로 갈선대라고 하는 지명을 갖고 있는 곳이다.

▽ 선녀가 내려와 쉬고 갔다는 갈선대(칼선대)는 폭이 좁아 위험하여 안전 로프난간을 설치해 놓았다. 이곳에서 보는 풍경이야 말로 왕모산 산행의 최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곳에는 안동 출신의 이육사 시인의 '절정'이란 시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 시는 1940년 <문장> 1월호에 발표된 시로 일제강점기 시대의 민족 수난을 주제로 한 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갈선대에서 바라 본 단천들녘의 풍경이 마치 충주의 수주팔경이나 예천의 회룡포를 보는 느낌이다. 물론 안동의 하회마을과 같이 휘감아 돌아나가는 물줄기 형태와 지형이 비슷하다. 이 낙동강 물줄기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흘러 안동호로 유입된다.

춘삼월의 봄 기운이 돌기는 하지만 강가에는 아직도 얼음이 붙어있다.

오른쪽 강가를 따라 퇴적층을 이룬 단애의 절경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할 것 같다.

당겨 본 풍경

아랫쪽으로 유독 눈에 띄는 건물이 있어 알고보니 안동영화예술학교라는데 1993년 폐교된 도산국민학교를  영화특성화 대안학교로 2011년 9월 1일 개교했으나 오래 전에 폐교된 것 같다.

▽ 도산면 단천리 마을 모습으로 넓은 농토를 소유하고 있어서인지 주택 모습만 봐도 부유해 보인다.

조금도 더 올라서 서쪽 방향으로 바라 본 낙동강으로 저 멀리 안동호로 흐른다.

잠시 인도를 만나게 되고 임도 건너편 계단을 올라 정상으로 향한다.

임도를 내기 위해 깎아 내린 산등성이로 인해 드러난 퇴적층 모습.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운치있는 소나무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이렇게 징검다리를 놓은 듯 바위가 능선을 따라 나란히 있는 모습도 보게 되고...

기차와 같이 길게 늘어진 작은 단애와 같은 바위도 볼 수 있어 기차바위라 해야겠다.

▽ 능선을 따라 굽이굽이 도는 임도도 곡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이 바위가  산객들의 포토라인이 됐다.

정상이 가까워 오면서 이러한 능선에는 신갈나무와 떡갈나무의 잎이 무성하게 무릎까지 쌓여 가을을 연상케 한다. 역시 지나는 산객들에게는 가을 이미지의 추억 담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구들장을 하면 좋을 납작한 돌들이 책을 포개 놓은 듯이 켜켜이 쌓여 있는 바위들도 보기 좋고...

함선과 같은 바위에 올라 추억 만들기에도 좋은 곳이다.

정상 오르기 전의 기암풍경

정상 부근에서 담은 명품송과 어우러진 전경

1361년 고려 말  홍건적의 침입 때 공민왕(恭愍王)은 그의 어머니인 명덕태후(明德太后)를 이 산으로 피신하도록 했다고 하며 왕의 어머니가 피신하였다고 하여 산의 이름이 왕모산(王母山)이 되었다고 한다.

주변의 잡목을 벌목하여 그런대로 조망이 좋고  정상에서 보는 소나무도 일품이다.

소나무 아래서 바라 본 낙동강 줄기 및 도산면 일대 풍경, 오른편으로 있는 경북 봉화의 청량산 장인봉을 담지 못해 아쉽다.

하산 길에 마주친 기암괴석

로프를 잡고 내려와야 하는 급경사도 있지만 이러한 운치있는 능선길도 만나게 된다.

시멘트 포장이 되어 있는 임도를 따라 하산...

가옥이 보이고 조금만 가면 날머리일 듯 하다.

뒤돌아 본 지나온 능선 전경으로 오른편 앞쪽으로 볼록 나온 아래의 들머리에서 왼쪽 방향으로 갈선대와 길게 이어진 능선을 따라 정상을 밟고 이곳으로 하산했으니 늘 그렇듯 한발한발 내 딛은 발걸음이 대단하다는 생각이다.

밭에는 마늘 새싹이 돋아나고...

광내나물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니 이제 겨울은 어느새 지나간 셈이다.

묵시골입구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에 산악회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왕모산은 한마디로 짧고 굵은 산행지이다. 거리는 그리 길지 않지만 체력적인 소모는 어느 산 못지 않고 갈선대에서 보는 풍경 하나만으로도 이곳에 와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역사적으로는 왕의 어머니가 피난 왔었던 곳이었다하니 나름 의미있는 산을 와 보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