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백화산
2020년 6월 21일(일)
오늘은 해의 낮길이가 가장 긴 하지이다. 엊그제는 기온이 35도를 웃돌면서 62년만에 6월의 기온으로는 최고였다고 하니 이제 한 여름이 되었다. 취미생활로서 건강을 위한 산행이라고는 하지만 무리하게 되면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예전과 달리 산에 대한 정보를 더 세밀하게 살펴 봐야한다. 장마철도 곧 시작된다고 하니 날씨관계도 고려해야 하고 이런저런 제한적인 요소가 봄, 가을보다는 훨씬 많게 된다.
영동의 백화산은 작년에 도솔님의 산행기를 보면서 알게 되었고 얼마전 우연히 TV에서 잠시 방영되면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마침 산악회에서 공지가 올라와 이번에 기회를 얻게 되었다. 갑작스런 무더위에 산행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으로 단단히 준비하고 집을 나선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 날머리- 영동군 황간면 우매리 산6-1(반야교)
♣ 산행코스: 반야교-조망바위-주행봉-칼바위능선-부들재-암릉-한성봉-이정표(반야사)-계곡길
♣ 거리: 10km(들머리-09:52 , 날머리-16:00)
∥백화산 개요∥
백화산은 충북 영동군과 경북 상주시의 경계에 위치해 있는 산으로서, 수원(水源)이 풍부하고 기암절벽 등 바위가 많아서 한폭의 그림과도 같은 빼어난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최고봉은 한성봉이며, 남서쪽으로 길게 이어진 능선끝에는 주행봉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주행봉과 한성봉 사이에는 칼바위와 같은 멋진 암릉구간이 자리하고 있으며, 한성봉 동쪽 기슭에는 용추폭포 등 수량이 풍부한 커다란 계곡도 있다.
정상에 오르면 조망도 우수하여 북으로는 속리산과 구병산, 남으로는 민주지산 등 중부지방의 여러 산릉들이 물결처럼 다가온다. 또한 이곳은 금강과 낙동강이 남북으로 흐르고 있는데, 옛날 삼국시대에는 이곳의 점령 여부에 따라 국운이 좌우될 정도로 전략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그런만큼 역사적 유물도 풍부하여 금돌산성과 백옥정, 옥동서원 등 문화적 가치 또한 뛰어난 산이다.
더불어 봄이면 능선마다 진달래꽃이 장관을 이루고, 여름에는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삼림밑으로 옥류(玉流)가 흐르고,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꽃 등 사계절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백화산이라는 이름은 "흰 백(白), 빛날 화(華)"자로서, "산 전체가 티없이 맑고 밝다"고 하여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 버스로 2시간 40분만에 들머리에 도착, 반야교를 넘어 산모퉁이로 부터 산행은 시작된다.
▼ 산행할 능선을 쳐다보니 오르기 전부터 만만한 산이 아니란 직감이 든다. 오늘 기온이 34도라고 했던가...
6월 중순의 날씨로는 기온이 높은 편이고 맑은 날씨이긴 하지만 습도가 높은 편이고 바람도 없는 무더위다.
▼ 이러한 계단이 초입에나 있는가 했더니 중간 중간 꽤나 많은 편이다. 능선엔 나무가 없어 땡볕에 노출되어 산행하노라니 금방 온 몸에 땀은 흥건하게 배인다.
▼ 한시간 쯤 올라왔을까... 첫 조망터에서 바라본 북쪽방향의 백화산 정상.
연무로 인해 조망이 별로다. 맑은 날씨면 속리산 능선은 물론 구병산이 뚜렷이 보이는 멋진 풍경도 만날텐데 말이다.
▼ 동쪽편의 풍경으로 왼쪽으로 반야사가 보이고 바로 아래 버스 주차장이 보인다. 정상으로 한바퀴 돌아 저곳으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이다.
▼ 남서방향의 풍경... 멀리 황악산과 민주지산을 조망해 보길 바랐으나 오늘은 하늘문이 열어 주질 않는다.
▼ 이러한 로프구간도 만나고...
▼ 비좁은 바윗틈새를 오르기도 한다.
▼ 2시간 30분만에 오른 주행봉... 들머리의 고도는 실제 100m밖에 되지 않으니 무려 800m가량의 높이를 올라온 셈이다. 웬만한 산의 1,000m를 훌쩍 넘는 높이를 올라왔으니 그 어느 산보다 힘든 산행이다.
▼ 좀 더 긴 코스로 저곳 남쪽방향의 능선으로 해서 올라오는 코스도 있다.
▼ 다시 한번 주차장 방향을 내려다 보고...
▼ 줌을 당겨서 주차된 곳을 확인해 본다.
▼ 12시 30분, 주행봉에서 능선을 타고 내려 오다가 시원한 그늘에서 점심을 먹고 능선에 접어드니 나뭇가지 사이로 좁은 등로에 절벽과 맞닥들이면서 긴장감이 돈다.
▼ 산아래로 경북 상주시 모서면 호음리 669번지가 소재지인 뉴스프링2컨트리클럽이 보이고...
▼ 당겨 본 뉴스프링2CC
▼ 색감 좋은 기린초도 담아 본다.
▼ 드디어 펼쳐진 칼바위능선...
▼ 마치 피라미드와 같은 형태로 날카로워 보인다.
▼ 실제 위로 걸으려니 실족이라도 하면 바로 황천행이라 한발 한발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풍경을 만나기 위해 이 산을 택한 것이니 또한 즐기게 되는 것이다.
▼ 뒤 돌아 본 주행봉...
▼ 북쪽 방향으로 멀리 백화산까지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 연무만 아니었더라면 속리산능선, 구병산까지 조망하는 멋진 풍경이었을텐데...
▼ 이 또한 얼마만에 보는 회목나무 꽃이던가! 이 꽃만 보면 마치 와이샤스 단추가 생각난다. 잎 위로 긴 꽃자루를 드리우고 두개씩 피어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곳까지의 산행 피로가 한순간에 다 날아가는 듯 하다.
▼ 칼바위능선을 지났나 싶었는데 아직도 끝없이 백화산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 예사롭지 않다.
▼ 경북 상주시 모서면 정산리 면사무소 소재지가 북서방향으로 보이고...
▼ 암릉을 하나 넘으면 다시 암릉이 가로 막고 있다. 좀 전에 본 능선을 일직선으로 보였는데 지금 보니 지그 재그로 오르락 내리락 진행은 더디기만 하다.
▼ 내려서니 이러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고 있고...
▼ 이젠 더위에 지치고 체력도 많이 소모되어 모든게 귀찮아지기도 하련만 꽃만 보면 또 생기가 돋는다. 올해 처음으로 보는 초여름에 피는 털중나리이다.
중나리, 털중나리, 하늘나리, 땅나리, 참나리, 솔나리, 말나리, 하늘말나리등 나리식구들도 많지만 나리꽃 중에는 제일 먼저 피는 것 같다.
▼ 많이도 걸어왔지만 백화산은 가까워 질 줄을 모른다. 산행 전날은 잠도 부족하여 졸음도 오고하니 여유롭게 그늘에서 한숨자고 갔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늘 그렇지 않다.
▼ 흐미~ 또 암릉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징글징글 허네...
▼ 다시 나타난 작은 칼바위능선... 이 구간만 지나면 능선의 끝자락일 것 같다.
▼ 업다운이 심하다 보니 언뜻 주작, 덕룡산을 갔다 왔던 생각이 주마등 처럼 떠오른다. 뒤를 돌아 본 풍경.
▼ 본격적으로 미역줄나무 꽃 피는 시기...
▼ 조망과 함께 암릉타는 재미도 있었지만 다소 지루했던 능선을 지나고 드디어 나타난 평탄한 육산...
▼ 13시 17분...부들재에 다다랐다. 거리로는 절반가량 온 듯 하다. 무슨 일인지 트랭글이 주행봉에서 멈춰서 무용지물이 됐다.
하산종료 시간은 10시부터 16시까지 6시간을 주어졌기 때문에 정상까지는 적어도 14시까지 올라야 하는데 망설여 진다. 이곳 부들재에서 바로 계곡길로 하산하면 주차장으로 가는 길인데 그러기엔 또 자존심이 허락질 않는다.
▼ 부들재가 600m 정도의 고도이니 정상의 933m를 오르려면 다시 300m 이상을 올라야 한다. 주행봉에 이어 두개의 산을 오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몇 번을 쉬었다 오르면서 마지막 암릉을 넘으면서 정상이 가까웠다.
▼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정상석으로 본다면 우리나라 산 중에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큼지막하다. 주행봉을 경유, 이곳 정상으로 오르는 A코스 인원은 절반도 안되는 것 같고 반대편 능선으로 해서 백화산만 오르고 계곡으로 바로 하산하는 B코스 인원은 벌써 하산했을 시간이다. 내 뒤로 몇 명이 없는 것 같으니 부지런히 하산길에 접어 든다.
▼ 봉화터로 가면 B코스 인원이 올라왔던 능선길인데 능선으로 하산하지 않고 시원한 계곡길인 반야사 방향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 하산길도 순탄하지가 않고 거의 너덜길로 산행 속도가 나질 않는다. 길고 지루한 능선길이 로프구간으로 끝나면서 본격적인 계곡길로 접어 든다.
▼ 한결 시원한 계곡길로 접어드니 한결 컨디션이 나아지는 듯 하다. 식수도 다 떨어졌으니 목도 축이고 몸도 씻을 계곡물이 있는 곳을 살피며 지루한 계곡길을 내달린다.
▼ 드디어 적당한 수량이 있는 계곡물에 도착, 정신없이 몸을 씻고 들머리였던 반야교 부근의 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원점회귀 산행을 마친다.
백화산은 생각보다 멋진 산이다. 특히 주행봉에서 부들재로 이어지는 칼날바위를 걷는 재미와 좌우 조망이 좋기 때문에 가을 산행으로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컨디션이 일시 안 좋아서일까, 단지 무더위 날씨 때문일까 다음 산행을 고민할 만큼 지금까지 산행 중 제일 힘들었던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그러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백화산 정상을 올랐으니 한편으론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