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월출산
2019년 11월 2일(토)
월출산은 세 번째로 산행한다. 2014년 4월 26일과 2016년 3월 26일에 갔다 왔으니 봄철이어서 다른 계절의 풍경은 상상이 안되던 차에 어느 사진에서 단풍에 곱게 물든 매봉과 사자봉의 모습을 보고 기회 되면 가 보겠노라고 생각한 지가 꽤 오래전 일인 것 같다.
국립, 도립, 군립공원이 지정되어 있는 것을 보면 지정된 이유가 있다. 당연히 국가에서 정한 국립공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멋진 산임에 틀림없고 그런 국립공원만을 계절별로 코스별로 다닌다고 해도 수년은 걸릴 테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손꼽는 산이 설악산, 월출산, 대둔산 등 주로 암릉으로 이뤄진 빼어난 산들이다. 그러나 정해진 코스로만 다니다 보니 같은 풍경에 식상해 별 감흥이 없다 싶으면 가게 되지 않고 그렇다고 홀로 알지 못하는 비탐 길을 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니 100대 명산이 아니더라도 가보지 못한 곳을 주로 가게 되는 성격 탓에 월출산과 같이 세 번 이상 찾게 된 국립공원도 그리 많지 않다. 북한산만 해도 그렇다. 서울시내의 비교적 가까운 근교 산행이지만 같은 코스를 택하면 뻔한 풍경이기에 호기심이 산행을 자극하는 나로서는 지루하게 느낄 뿐인데 계절별로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풍경을 생각하면 아직은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한 때문이란 생각도 갖게 된다.
전에 즐풍님 덕분에 북한산 비탐 코스를 밟아 보면서 또 다른 풍경에 푹 빠졌던 것을 생각을 하면 이번 가을 월출산 풍경을 보기 위해 남도 섬산행을 포기하고 이곳을 신청을 하면서 즐풍님을 만나게 된 것은 나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함산 하는 것이 오히려 산행 실력 차이로 누가 될까 봐 은근히 염려는 됐지만 주어진 다섯 시간의 여정 속에 타 회원들과는 색다른 풍경을 만끽할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는 기대가 풍선처럼 부풀었다.
∥산행개요∥
♣ 소재지: 들머리-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 1170-3 (경포대탐방지원센터), 날머리-전남 영암군 영암읍 개신리 484-59 (천황주차장)
♣ 코스: 경포대탐방지원센터-양자봉-양자봉능선-통천문삼거리-광암터삼거리-육형제바위-장군봉-천왕사-천황주차장
♣ 거리: 6.7km(들머리-12:10, 날머리-16:50)
▼ 이곳 경포대탐방지원센터를 들머리로 올라 보는 산행은 처음이기에 이곳저곳 눈길을 주는 가운데 후에 알았지만 우리가 올라야할 능선에 양자봉이 눈에 들어왔다.
▼ 첫 조망터에 올라 남쪽으로 펼쳐진 풍경이 미세먼지가 있긴 하지만 시원하게 조망된다. 멀리 금강산(481m)아래에는 해남군청이 자리잡고 있겠다.
▼ 2017년 5월 13일, 별매산으로 부터 가학산을 거쳐 호미동산을 바라보며 흑석산, 깃대봉 코스를 걸은 적이 있다. 그쪽에서 월출산인 이쪽 방향으로 조망하며 풍경이 좋다했고 월각산으로 부터 주지봉, 문필봉을 걸어보자는 계획은 기회를 놓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
▼ 향로봉과 구정봉을 거쳐 바람재를 넘어 월출산 정상을 향하는 주능선이 이곳에서 보면 험준해 보인다. 오늘 정식코스인 A코스가 7~8km를 바람재로 올라 구정봉을 밟고 다시 바람재로 되돌아와 월출산 정상으로 해서 구름다리를 넘게 되고, B코스는 바로 통천문 삼거리로 올라 천황봉 정상을 찍고 다시 하산하여 구름다리 쪽으로 불과 5~6km를 걷는 일로 해가 짧아서 긴 코스를 밟기가 버겁기 때문인데 우린 그와 상관없이 비탐지역으로 들어섰으니 주어진 시간에 천황주차장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줄곧 길이 겨우 나 있어 옷이 나뭇가지에 걸리는 것을 신경 쓸 겨를 없이 능선을 타고 있는 것이다.
▼ 암봉으로 이뤄진 산들은 망원렌즈로 암봉들을 적당하게 잘라보는 재미도 있다. 이곳에서 보면 왼쪽이 더 높은 향로봉 같지만 오른쪽이 향로봉이다.
▼ 바람재를 넘어 가운데 뭉퉁한 암봉 바로 왼쪽 바위에 바로 붙어 이쪽에서는 안보이지만 남근바위가 있고 본격적인 천황봉 정상으로 멋진 비경들을 보며 오르게 된다.
▼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의 위용.
▼ 가까워진 양자봉
▼ 당겨 본 양자봉...월출산 주 능선을 걷다보면 능선 멀리 멋진 봉우리 하나가 눈길을 끌게 되는데 봉우리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월출산이 양자로 삼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근거리에서 바라본 양자봉
▼ 들머리에서 한시간 쯤 걸었을까...공복과 갈증으로 인해 발걸음이 더뎌진다. 경치 좋은 이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점심을 먹기로 한다.
▼ 동쪽편의 낮으막한 산군들...
▼ 저곳 양자봉에 오르기로 한다. 못 오를 봉우리인 줄 알았더니 왼쪽으로 접근하면 의외로 오르기 쉽더라.
▼ 양자봉에 올라 앞 바위 모습을 담아보니 기이해 보이고...
▼ 서쪽 방향으로 다시 한번 담아 본 향로봉에서 천황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 그리고 천황봉에서 오른쪽으로 뻗어 내린 달구봉과 양자봉 능선을 담아 본다.
▼ 양자봉 부근의 암봉...그 사이로 달구봉이 우뚝 솟아있다.
▼ 천황봉의 모습은 이쪽에서 보는 것이 제일 풍경이 아름다워 보인다.
▼ 다시 한번 당겨 본 천황봉
▼ 양자봉을 내려와 진행 방향의 암봉에서 뒤돌아 보면서 담아 본 양자봉...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는데 단풍이 곱게 들어 아름다운 모습이다.
▼ 진행방향의 칼날과 같은 암릉...그나저나 사진 정리를 하다보니 카메라 후두가 느슨해졌는지 렌즈에 가려져 왼쪽 아랫 부분이 까맣게 찍혀 아쉽게 됐다.
▼ 왼쪽 향로봉과 오른쪽 구정봉
▼ 구정봉 아랫쪽 하얗게 벗겨진 능선이 바람재...가운데쯤 전망대에 등산객들이 보인다.
▼ 암릉 왼쪽 바위 뒷쪽에 남근석이 서 있겠다.
▼ 진행 방향 넘어 능선으로 계속 보게 되는 봉우리인데 닭벼슬 같이 생겼다하여 달구봉이라 하더라. 이쯤에서는 닭벼슬 실감이 나지 않는 방향이다.
▼ 이러한 선바위도 월출산의 기를 담아서인지 기개가 있어 보인다. (즐풍님 作)
▼ 저 칼날 같은 능선을 어찌 넘어야 할까 부담이지만 막상 바로 앞 암벽을 내려가는 일이 당장 문제임을 실감하게 된다.
▼ 마침 로프가 설치되어 있어서 겨우 내려섰는데 저 바위는 아랫쪽으로 해서 우회하기로 한다.
▼ 달려있는 로프를 타고 겨우 내려와 저 암릉을 오르려는 즐풍님은 왼쪽 갈라진 직벽을 오르려했으나 전에 있었던 기존 로프는 없어지고 새로 자일을 설치해야 하는데 시간상 여유가 없어 아래로 우회하여 진행하기로 한다. (즐풍님 作)
▼ 자꾸 눈길이 가는 천황봉...앞으로 언제 다시 볼지 모르는 풍경이기에 눈으로, 마음으로, 카메라로 담는다.
▼ 오른쪽 양자봉에 올랐다가 내려와서 첫 봉우리를 넘고 둘째 봉우리는 우회하고 다시 셋째 봉우리에 올랐다가 내려오면서는 무리하지 않고 안전을 위해 즐풍님이 휴대한 자일을 사용해야만 했다.
▼ 비슷한 암봉이 세개로 이뤄져 있어 이곳에서 보면 마치 삼형제봉 같아 보인다.
▼ 다시 되돌아 본 양자봉
▼ 양자봉과 세암봉은 굿바이~~
▼ 진행하며 되돌아 보기 일쑤다. 앞만 보고 내달리다 보면 멋진 장면을 놓치기에 뒤돌아 보는 것은 물론, 등로를 약간 벗어나 다른 각도를 찾는 것도 게을리해서도 안된다. 눈으로 담고, 가슴으로 담는 것은 쉽지만 인간의 기억과 느낌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에 영상으로 담아 두는 것은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필수적이다.
▼ 달구봉과 주변의 암릉...중간의 뾰족한 봉우리가 달구봉이다.
▼ 측면에서 본 형상화된 모습의 달구봉...부리와 닭벼슬 전체 모습이 닭대가리 같아 달구봉이라는데 내 추측으로는 닭의봉이 연음법칙에 의해 달기봉, 다시 달구봉으로 변형되어 불려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즐풍님 作)
▼ 조금 진행하면서 다시 바라본 달구봉의 모습은 아까와는 다르게 보인다(즐풍님 作)
▼ 해가 넘어 가면서 역광이 되어 버린 향로봉 방향과 천황봉으로 부터 뻗어 내린 암릉의 지능선
▼ 단풍은 지금이 최절정기인 것 같다. 능선의 단풍은 금방 말라 떨어지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만족해야 하겠다.
▼ 전위봉에 올라 달구봉의 위용을 담았어야 하는데 도착시간에 너무 쫒기는 듯 하여 오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이다. 즐풍님 홀로 산행을 하였더라면 얼마든지 가능했으리라 보아 송구스런 마음이다.
▼ 즐풍님이 쐬기바위란 명칭을 붙여줬다는데 그럴싸한 이름이다. 이쯤에서의 모습도 장관이 아닐 수 없다.
▼ 쐬기바위에서 아래로 펼쳐진 암봉들...
▼ 통천문삼거리로 이동하면서 잠시 등로를 벗어나 담은 쐬기바위 주변의 모습
▼ 마지막으로 올려다 본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
▼ 천황봉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뒤돌아 본 멀리 달구봉과 오른쪽 양자봉
▼ 천황봉까지의 거리가 600m로 왕복할 시간이 없어 천황봉은 포기하고 바로 장군봉쪽으로 하산하면서 첫번째로 조망해 본 가운데 사자봉.
▼ 왼쪽 멀리 산성대에서 천황봉으로 이르는 능선과 그 뒤로 영암군청이 자리잡은 시내이다.
▼ 육형제봉과 오른쪽 장군봉...장군봉 바로 아랫쪽으로 해서 하산하려면 사진 담을 것을 고려해서 해가 넘어가기전에 서둘러 하산해야 할 시간이다.
▼ 도상에는 육형제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는데 가운데 봉우리의 갈라진 바위만도 열두개로 보이니 뭉뚱그려진 바위 전체 숫자를 얘기하는지도 모르겠다.
▼ 육형제봉
▼ 앞서간 국공의 눈을 피해 암릉에 올라 바라본 구름다리에 걸쳐진 매봉과 그 옆의 높은 사자봉
▼ 암릉 사이로 펼쳐진 풍경도 볼만하다.
▼ 보기에 따라서는 남근석으로도 보이는데 이만한 튼실한 물건도 없겠다.
▼ 사자봉은 어떻게 해서 붙여진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니 정답은 없는지도 모른다. 이곳에서는 마치 송곳과 같은 첨봉이니 말이다.
▼ 육형제봉으로 보이는 바위옆에서 인증샷 한컷 담아 본다.
▼ 그 넘어 바로 밑을 보니 험하기 이를데 없는 바위들로 가득차 있고 내려서려니 발걸음이 좀처럼 떼어지질 않는다.
▼ 겨우 내려서면 다시 올라서야 하고...
▼ 육형제봉 뒷편은 이런 모습이니...앞은 미끈하게 잘 빠진 형제같은데 뒤는 덕지덕지 붙여 놓은 바위들이다. 이 곳을 왼쪽편으로 조심스레 내려왔다.
▼ 반대쪽의 바위도 담아 보고...
▼ 암봉 위에 놓여진 두개의 바위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 이마에 주름이 잔뜩 진 슬픈 형상의 얼굴 모습으로 보여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이 마치 북설악 성인대의 머리바위가 연상된다.
▼ 드디어 구름다리 정면 앞까지 왔다. 내가 제일 궁금해 하던 위치에서 구름다리를 보며 이렇게 촬영할 수 있다니, 더군다나 가을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풍경이어서 오늘의 하이라이트 풍경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다.
▼ 이 사진은 2014년 4월 26일 처음으로 올랐던 월출산의 구름다리에서 촬영한 이쪽 방향의 모습이다. 현재 내가 서 있는 위치가 가운데 둥그스런 암릉위에 있는 셈이다. 5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쪽 풍경의 궁금증이 풀리니 사람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 렌즈로 당겨서 찍어도 보고...
▼ 세로로도 담아 보고...왼쪽이 연실봉, 구름다리 아랫쪽으로 부터 매봉의 윗쪽까지 이어진 계단을 오르 내리는 산객들이 마치 개미떼 모습이다.
▼ 구름다리만을 당겨 보기도 한다. 나 역시 추억을 담아 본 곳으로 얼마전 일 같은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담아 갔을까...
▼ 당겨 본 왼쪽 매봉과 오른쪽 사자봉의 위용이 대단하다.
▼ 하이라이트 풍경을 음미하고 하산 하던 중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일이 벌어졌다. 나를 인도하듯 앞서 가던 즐풍님이 바로 앞에서 중심을 잃고 낭떠러지로 떨어지면서 스틱 한개가 수십미터 밑으로 날아가고 사람은 보이질 않는다. 놀라 소리를 지르며 떨어진 장소를 내려다 보니 훌훌 털고 일어 나는 모습이 보인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냐고 물으니 다른 곳은 다친데가 없고 얼굴에 찰과상을 입었다. 높이가 4m 정도로 마침 마사토가 있는 두평 정도의 공간에 떨어지길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 아래 수십미터의 낭떠러지는 생각하기 조차 싫다. 늘 안전을 우선으로 하지만 우연치 않게 발생되는 일로 사고을 당하게 된다. 아마도 마사토의 작은 돌맹이들에 미끄러진 것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생각이 든다. 낙엽이나 작은 돌맹이를 밟아 낙상하는 경우가 흔한 얘기다. 바위와 암릉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분의 이번 사고를 늘 기억하고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다.
▼ 마지막 구름다리와 연실봉, 매봉, 사자봉을 조망해 보고 마음을 추스리며 본격적인 하산길에 오른다.
▼ 하산하면서 조망한 영암군청 시내 방향쪽의 풍경.
▼ 바로 앞에 나타난 장군봉의 위용...뉘엿 넘어가는 황금색 햇살에 마치 거대한 트로피를 연상케 한다. 장군봉 바로 아래로 하산길이 있어 이제 주변 풍경은 거의 마무리 되는 시간이다.
▼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은 등로를 내려오면서 담아 본 단풍
▼ 거의 하산 지점에 이르러 올려다 본 구름다리
▼ 이 대나무 숲을 마지막으로 정상코스의 등로와 만나면서 순탄한 하산길이 된다.
▼ 하산하면서 천황탐방지원센터에 들러 찰과상을 입은 즐풍님이 임시 치료를 받고 이곳 주차장에 도착하니 하산시간 10분전이다. 5년전 이곳으로 하산한 것이 이곳에 도착하면서 알게 되니 오랜 세월이 흘렀나 보다. 오늘은 즐풍님 덕분에 월출산의 새로운 면모를 보게 되어 무엇보다 뿌듯하다.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찰과상도 빨리 완쾌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