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우두산
2019년 10월 20일(일)
가을의 절정기에 이른 계절, 가보고 싶은 곳은 많은데 막상 떠나려면 생각이 깊어진다. 먼저 가을 이미지의 대명사인 단풍, 억새가 있는 곳을 떠올려보게 되고 국화 축제장소의 여행지도 생각케 보게 된다. 단풍을 즐기려면 설악산이 최고일 듯 하고 억새를 보려면 영남 알프스만한 곳이 없겠단 생각이지만 너무 많은 인파에 시달릴 것을 생각하면 선뜻 내키지가 않는다. 해마다 단풍, 억새는 나름 많이 즐겨와서 식상해 있어 더 그런지 모른다.
이런 저런 생각 다 떨쳐 버리고 무조건 가고 싶은 곳이 있었으니 오늘 산행지인 경남 거창군의 우두산(牛頭山)이다. 3년전 두번이나 가려다가 못 오른 곳이기에 더욱 그렇다. 첫번째는 당일 출발하면서 그 지역에 폭우가 예상된다고 하여 설악산 대승령~ 십이선녀탕으로 선회했고 두번째 역시 들머리에 도착했으나 잔뜩 낀 안개와 비로 인해 몇 몇 인원들과 술이나 한잔 하고 가자는 제의에 비가림막을 쳐 놓고 산을 오른 회원들이 하산할 때까지 술만 마시다 온 것인데 그래도 아쉬워 고견사까지는 올랐다가 내려 온 정말 내 머리속엔 雨頭山으로 기억될만큼 인연없는 산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기회가 온 것이니 새로 설치한 국내에서는 최초의 Y자형 출렁다리가 내년 4월 개통예정으로 벌써부터 선을 보이고 있어 가 보지 못한 아쉬움을 이번에는 다 털어 버릴 수 있겠다 싶어 다른 산행지를 택할 여지가 없이 참석을 하게 됐다.
∥산행정보∥
♣ 소재지: 들, 날머리-경남 거창군 가조면 수월리, 정상-경남 거창군 가북면 우혜리
♣ 산행코스: 주차장-출렁다리-마장재-코끼리바위-정상-우두봉-지남산-장군봉-주차장
♣ 산행거리: 9.7km(들머리-11:00, 날머리-17:00)
∥우두산 개요∥
우두산은 별유산, 의상봉이라고도 부른다. 그러나 의상봉(義湘峰 1,046m)은 우두산(牛頭山)의 아홉 봉우리 중의 하나일 뿐이다. 우두산은 일본 개국신화와 관련된 전설의 산이며 의상봉은 신라 문무왕 때 의상대사가 과거세와 현세에서 참선(參禪)한 곳이라는 뜻에서 의상대사 이름을 빌려 산 이름으로 삼았으며, 속세를 떠나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 할 만큼 경치가 빼어 난 돌부리 산이다.
산세의 수려하기가 덕유산, 기백산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의상대사가 참선하던 곳으로 알려진 의상봉, 처녀봉, 장군봉(953m), 바리봉, 비계산 등 빼어난 산세를 자랑한다. 우두산(별유산) 아래에는 고견사와 고견사폭포, 쌀굴 등이 있어 볼거리가 많다. 고견사의 세가지 구경거리로 높이 80m 되는 가정산 폭포, 최치원 선생이 심었다는 은행나무, 의상대사가 쌀을 얻었다는 쌀굴 등이 있다.
▼ 신사역에 도착하여 아침식사를 마치고 버스를 타려다 이미 함산 계획이 되어 있는 즐풍님을 만나는 순간, 정말 오래전에 일산에 있는 산악회에서 알고 지낸 갑장이기도 한 그림사랑님을 만나게 되어 반가움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역시 혼산에 익숙해져 있던 터에 모처럼 두분을 만나 함산하게 됐으니 즐거움은 배가 될 것 같았다. 역시 인연이란 또 언젠가 만나게 된다는 사실이니 좋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면 우연일지언정 반가움은 절로 있게 되는 것이다.
버스가 들머리에 가까워 오면서 리딩대장의 산행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비계산을 경유, 우두산, 의상봉을 거쳐 고견사로 하산하는 비교적 긴 A코스를 당연 생각하고 있었으나 Y자형 출렁다리를 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A코스보다 4km 짧은 출렁다리~우두산~의상봉~고견사로 하산하는 B코스를 택하게 됐는데 두분의 생각도 같아서 함께 오르기로 한다.
폭이 좁은 도로에서 주차장까지 가야하는 버스가 500m 전에 양방향 진행이 원할하지 못해 하차하여 걸어야 하는 상황이니 이곳 우두산에 산행하기 위한 인파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단풍은 전혀 생각 못했으나 가로수도 벌써 단풍으로 서서히 물들어 가는 것을 보니 가을느낌을 오늘에서야 갖게 된다.
▼ 과거에 고견산장이 자리잡았던 곳은 새로운 건물들이 들어서고 지자체에서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하는 중인것 같고 그 위쪽으로 출렁다리가 보인다.
▼ 건물에서 조금 올라가니 바로 국내 최초의 Y자형 출렁다리가 산뜻한 모습으로 선을 보인다. 600m의 세봉우리를 연결하기 위해 110m의 길이로 설치되었는데 명칭은 11월 20일까지 거창군 홈페이지를 통해 대국민 공모전 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다. 내년 4월 개통예정으로 왼쪽으로 가면 마장재로 향하는 등로이고 오른쪽은 전망대로 아직 등로가 만들어져 있지 않다.
▼ 개통되지는 않았으나 살짝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반대편까지 왕복한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 같다.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대형버스나 승용차가 벌써부터 만차가 될 지경이니 내년에 개통만 되면 주차난과 더불어 수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룰 것은 뻔한 일이니 이번 기회가 좋았다는 생각이다.
▼ 계곡은 다른 산의 출렁다리, 구름다리, 하늘다리에 비해 길지는 않으나 꽤 깊은 편이고 계류의
양만 있다면 멋진 폭포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 다리를 건너고 있는데 통제요원이 빨리 나오라고 외쳐대지만 이미 뗀 발걸음은 반대편으로 향하고 맨처음 바라본 오르쪽 편의 전망대에서 한 컷 담아봤다. 왼쪽이 최초 입구 지점이고 오른쪽이 아직 개통되지 않은 마장재로 오르는 입구이다.
▼ 이번에는 한술 더 떠서 빗장을 걸어 놓은 출입문을 열고 나와 전망 좋은 바위위에 올라 출렁다리 전경을 담아봤다. 이러한 풍경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 터이니 우두산 출렁다리를 홍보하는 셈이어서 뻔뻔한 행동도 다 용서될 일이 되리라 본다.
▼ 당겨 본 출렁다리...
▼ 출렁다리에서 마장재로 오르면서 점심을 먹고 마장재에 오른 것은 들머리에서 1시간이 소요될 만큼 느긋하게 산행을 한다. 비계산으로 올랐다면 저기 보이는 1093봉을 아직 넘지 못해을 것이란 판단이고 우린 가로 질러 온 셈이니 좀 더 여유로운 산행이 될 것 같다.
▼ 날씨가 맑다고는 했으나 청명하지 않은 관계로 조망은 썩 좋은 편이 아닌 것이 아쉽다.
▼ 북동쪽으로 남산제일봉을 당겨봤다. 오른쪽 미어켓 바위가 인상적인 추억으로 남아있다.
▼ 그 뒤로 멀리 가야산이 가물거린다. 가야산도 겨울에만 두번 올랐던 산이기도 하다.
▼ 왼쪽 뒷편 끝쪽으로 우두산 정상이 보인다. 저곳에서 왼쪽으로 접어들면 의상봉이고 좀더 지나 왼쪽으로 향하면 고견사로 하산하게 된다.
▼ 남쪽지역이라 단풍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서서히 물들면서 가을색을 띠기 시작했다.
▼ 범상치 않은 바위들을 만나며...
▼ 가운데 오똑 솟은 의상봉과 가운데 지남산, 장군봉과 왼쪽 끝으로 바리봉이 진행 방향으로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의상봉을 지나서 고견사로 하산하려던 계획이 시간이 남는 관계로 장군봉을 경유, 바리봉으로 하산하자는 두분의 의견에 맞추기로 한다.
▼ 뒤돌아 본 풍경, 멀리 1093봉이 점점 멀어진다.
▼ 버스가 진입했던 수월리 마을 전경과 멀리 가조면소재지가 조망된다. 뾰족한 산이 박유산이다.
▼ 암릉과 바위들이 나타나면서 멋진 풍경이 연출되고 카메라 촬영은 더욱 바빠진다.
▼ 전체 풍경을 즐기기도 하지만 바위 하나 하나를 즐겨 보는 것도 중요하다. 무거운 망원렌즈를 휴대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 우두산을 지나면 오를 의상봉을 당겨봤다. 의상대사가 참선을 했다는 전설이 있을만큼 풍경이 아름답다.
▼ 기상이 넘쳐 보이는 쭉쭉 뻗은 바위도 있고...
▼ 우두산에서는 빼 놓을 수 없는 멋진 바위군을 다시 한번 담아 본다.
▼ 우두산 지능선의 병풍처럼 드리워진 바위군들도 보기 좋다.
▼ 경남 합천군 가야면 죽전리와 가천리 마을과 죽전저수지 모습
▼ 당겨본 죽전저수지와 죽전리 및 가천리 마을
▼ 즐풍님과 그림사랑님은 나보다도 산행 경력과 실력이 매우 뛰어나신 분들이다. 사진까지 담아 내는 실력과 글 솜씨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 7부 능선쯤에서 당겨 본 출렁다리
▼ 병아리바위...어떻게 구르지 않고 버티고 있는지 신기하다.
▼ 대포바위가 있는 암릉
▼ 대포바위...멀리 1093봉 뒤로 비계산이 보인다.
▼ 한폭의 수묵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다.
▼ 이만한 풍경이면 100대명산에 못들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왜 100대 명산에 선정됐는지 모를 산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하면 말이다.
▼ 그냥 지나칠 뻔한 풍경인데 즐풍님의 예리한 감각으로 등로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전망바위에서 담은 풍경이다. 오늘의 최고의 멋진 풍경으로 자리 잡는다.
▼ 코끼리바위
▼ 다시 뒤돌아 본 풍경
▼ 우두산 정상을 지나 의상봉으로 진행할 방향의 풍경...
이미 장군봉을 가기로 결정했으니 조금은 서둘러 가야 하산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 등로에 뿌리가 거의 노출되어 식생하는 소나무...그 끈질긴 생명력에 감탄할 뿐이다.
▼ 우두산 정상석이 특색이 있다. 주변의 돌들과는 다른 강가의 돌이 틀림없겠다. 이곳까지 자연석을 공수했을텐데 지자체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 의상봉을 가는 길...
▼ 우두산을 지나 암봉에서 바라본 진행방향의 의상봉... 오른쪽 끝으로 지남산과 가운데 살짝 장군봉이 보인다.
▼ 예기치 않은 이러한 풍경에 몰입하다보면 급경사 계단에서 발을 헛디딜 수 있음도 염두에 두고...
▼ 의상봉을 넘어서 직진하는 등로는 없고 의상봉 오르기전 우회하여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배낭을 내려 놓고 오르게 되는데 뒤돌아 본 우두산 정상을 살펴본다.
▼ 의상봉 정상 마지막 급경사 계단...이러한 계단을 지난 세월 수도 없이 올랐으니 별로 힘들 것도 없다.
▼ 역광이긴 하지만 의상봉에서 서쪽 방향으로 바라본 풍경도 그 어느 산 못지 않은 멋진 풍경이다. 가운데 멀리 볼록 솟은 봉우리가 금귀봉, 오른쪽 멀리는 보해산이 조망된다.
▼ 정상에서 다시 내려오며 담아 본 우두산 정상...
소머리 같아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아마도 이곳에서 바라본 모습이 마치 양쪽 뿔이난 소머리 아닐까 생각을 해 보게 된다.
▼ 고견사로 하산하지 않고 장군봉 방향으로 향하던 중 암봉에서 뒤돌아 본 풍경...
멀리 우뚝 솟은 의상봉이 단연 돋보인다.
▼ 당겨 본 의상봉
▼ 가야산이 멀리 아스라히 보이고 우두산 정상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의 단풍이 서서히 물들어 간다.
▼ 당겨 본 암릉
▼ 산을 오르다 보면 가끔씩은 이러한 소나무들을 보게 된다. 수도 없는 산객들이 아무 생각없이 노송에 앉아 기념 사진을 찍는 동안 소나무는 수명을 다해 감을 알아야 한다.
▼ 지남산 오르는 길을 살펴보지 못해 우회하고 나서 의자에서 잠시 숨을 돌린다. 엄청 빠른 속도로 이곳까지 왔는데 제 시간까지 하산할지 모르겠다.
▼ 범상치 않은 능선의 바위에 빨간 천막이 보인다. 비박을 하는 사람인지, 기도를 하기 위한 사람인지...
▼ 장군봉에 거의 다 왔다. 그러나 하산 시간이 빠듯하다는 판단하에 불과 120m를 목전에 두고 아쉬운 마음은 있지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하산하기로 한다. 우두산과 의상봉을 오르는 동안 너무 시간을 지체했다는 생각이다.
▼ 출렁다리로 부터 마장재로 올라 왼쪽 능선을 타고 이곳까지 한바퀴 돌았으니 늘 그렇지만 많이도 걸었다는 느낌이다. 언제까지 이렇게 걸을 수 있을까...건강을 허락해 주는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 이곳에는 송이도 나는가 보다. 송이 채취 금지라는 문귀가 붙어 있으니 말이다. 내 눈에는 송이가 띌 일도 없지만 빽빽하게 자라는 숲만 보아도 힐링이 된다.
▼ 다시 들머리인 원점으로 회귀했다. 산 그늘이 지고 햇빛이 달라졌으니 해가 짧아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의 멋진 산행은 예상외였고 지인 두분과 함께 산행했기에 더욱 즐거웠던 것만은 사실이다. 신사역에서 식사까지 함께 마치고 귀가하니 시간은 밤 11시가 훌쩍 넘었다. 함께 해주신 두분께 이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