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아차도 추억
2017년 9월30일~10월 1일(일)
열흘이라는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내 평생 이렇게 긴 연휴는 처음이다. 연휴가 짧든 길든 기간이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즐겁고 보람있게 보냈냐가 중요하다.
내가 제일 하고 싶은 것 중의 하나가 해마다 거르지 않는 아차도에서의 망둥어 낚시하는 즐거움이다. 이번에는 형제들이 사전에 가자고 약속을 해 놓은 터라 연휴 첫날부터 아차도라는 섬으로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난다. 2박 3일의 일정이었으나 그곳에 도착하여 일기예보를 보니 귀가하는 날 폭풍주의보 예비 특보를 발령 했다고 하여 귀가 예정일날 배가 못 뜬다면 명절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에 1박 2일로 일정을 변경했다. 오전, 오후로 두번 다니던 배가 추석명절을 맞아 오후에 두번 운항을 하여 세번 다니게 됐으니 좀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곳에서의 망둥어 낚시는 통상 방파제나 선착장 또는 갯바위에서 하는 낚시가 아니다.
완전 전투적인 낚시다. 누가 미끼를 빨리 끼우느냐에 따라 잡는 숫자가 차이가 잘 정도로 망둥어가 잘 잡힌다는 얘기다. 그러니 하루 500여 마리씩 잡는 꾼들이 바로 교동도에 사는 멤버들이다.
바지장화를 신고 배꼽물로 들어가서 미끼통이 고정되어 있는 그물망태기를 별도로 제작하여 목에 걸고 바늘도 미늘없는 바늘을 써서 바로 낚아 채면 낚시를 빼지않고 그물 망태기에 골인하도록 잡는 것이다. 한나절 잡으면 망태기가 무거워 밖에 나와 일단 쏟아 놓고 다시 잡을 정도니 그곳 주민들도 기발하게 낚시 채비하고 잡는 실력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든다. 이렇게 잡은 망둥어는 저녁에 손질하여 절여 놨다가 아침에 씻어서 준비해 간 건조망에 넣어 높다랗게 매달아 햇빛에 건조시켜 며칠을 묵더라도 상할 염려가 없으니 귀가해서는 지인들과 친척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다.
망둥어가 무슨 물고기 축에나 들어가고 맛이 있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몰라서 하는 얘기다. 그곳 사람들은 어려서 부터 망둥어, 숭어, 밴댕이를 먹어 버릇해서 다른 양념없이 절여서 찐 것만으로도 반찬거리로 좋아 한다. 나도 그 축에 드는 한사람인데 다른 곳에서 잡히는 망둥어와는 맛에 차이가 있다. 망둥어든 숭어든 갯벌이 좋아야 한다.
미네랄이 풍부한 좋은 갯벌에서 자란 물고기가 맛이 좋은 것은 먹어 본 사람만 알 수 있기에 아차도만을 고집하는 이유다. 또한 지형이 망둥어 서식지로 최적이기에 그 섬의 망둥어가 소나기 입질을 해대니 마릿수로는 어떤 곳도 비교가 되질 않는다. 덤으로 우럭과 감성돔이 나오고 별도의 숭어낚시 채비를 하면 다른 어종의 손맛도 볼 수 있다.
숙식은 텐트를 칠만한 데가 없고 식수가 문제가 되므로 굳이 야영을 하려면 모든 준비를 갖추고 차량을 갖고 들어가야 하고 우리는 민박을 해왔기에 사전 예약을 하고 들어간다. 민박은 하룻밤 5만원, 식대는 시골반찬에 6,000원이다. 오늘은 과연 얼마나 잡을 수 있을런지 설레는 마음으로 바닷가를 향한다.
▼ 삼산연육교가 준공되고 나서 삼보해운에서는 별도로 볼음도, 주문도, 아차도로 가는 기존의 선착장이 아닌 석모도로 가는 선착장으로 변경했다.
추석연휴를 맞아 많은 차들을 줄을 이었고 섬마다 카페리호에 실을 수 있는 대수를 섬마다 배정해 놨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아차도는 한번 출항할 때 마다 3대만 배정되어 있는데 내가 세번째 차량이니 내 차외에는 다음 배를 이용해야 한다. 다음 배는 오후에 도착되어 뱃시간 기다리다 자칫 하루를 보내게 되니 특히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는 사람들은 첫배를 타려면 몇 시간 전에는 차를 대어 놓아야 한다. 사람 역시 사전 승선신고서를 작성하고 표를 끊어야 하니 30분 전까지는 도착하여야 한다.
볼음도까지는 한시간 남짓, 볼음도에서 아차도까지 10여분, 아차도에서 주문도까지 5분 정도 걸리니 물때에 따라 배의 속도가 조금 달라 아차도까지는 1시간 20여분이면 된다.
아차도로 향하는 배편이 추석연휴에 7:30, 09:10, 16:10 세번이고 반대로 주문도에서 외포리행이 07:00, 14:00, 15:00 등 세번이다.
※ 참고: 삼보해운-http://www.kangwha-sambo.co.kr/
▼ 삼산연육교가 생기면서 석모도로만 운항하던 선착장은 볼음도, 아차도, 주문도행의 선착장이 되었다.
▼ 인천지역에 비가 살짝 뿌릴 것이라는 예보가 있어서인지 갑자기 먹구름이 몰리면서 소나기라도 내릴 기세다. 바람도 꽤 부는 편이다. 그 어떤 일도 날씨와 상관이 있기 마련인데 낚시는 특히 물고기 입질에 영향이 있어서 좋아지기만을 기대한다.
▼ 이곳의 갈매기들만큼은 새우깡에 길들여져서 의례히 사람을 가까이 한다. 덕분에 사람들은 야생의 날짐승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즐거움을 얻는다.
▼ 바람부는 바깥날씨도 그렇고 넓직한 배안에서 누워 잠을 청하는 동안 볼음도 선착장에 도착했고 서둘러 하선 준비를 하는데 아차도 앞마을이 보인다.
▼ 차를 이용하지 않으면 준비물을 작은 수레에 싣고 걸어서 10분 정도 고개를 넘어서야 한다. 승용차로 고개를 넘으니 편리하긴 하다. 고개에서 바라본 아차도 건너편의 주문도 선착장.
▼ 아차도는 인천 강화군 볼음면 아차도리에 속한다. 아차도리의 세대수는 20가구 남짓이다.
▼ 마을 어귀부터 집집마다 나부끼는 태극기를 보고 오늘이 무슨 국경일인가 했다. 뭔 일이 있는가 싶어 주민에 여쭤보니 태극기마을이 됐다고 한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후에 보도가 된 내용을 보니 아래 내용이었다.
▼ 아차도 앞바다, 간조시간이 되어 물이 많이 빠져 나갔다. 건너편이 주문도이다.
▼ 재작년에 없었던 부표로된 간이 선착장이 생겼다. 배에 선원들이 승선하기 편리하도록 설치해 놓은 것 같다.
▼ 날씨가 좋으면 아차도와 주문도의 바닷길 사이로 강화도의 마니산도 조망된다. 연휴 첫날인 오늘도 강화도로 부터 온 낚시배들이 많이 눈에 띄인다.
▼ 아차도의 고깃배 선착장에서 바라본 건너편 주문도의 풍경.
▼ 입질이 시원치 않다. 분석해 보니 바람이 불어 파도가 다소 높게 치는 이유도 있겠지만 물때를 잘못 택했다. 오늘은 두뭇날로 최소 다섯물부터 여덟물까지가 최적인데 조수 간만의 차가 적을 때는 물고기들의 움직임이 적고 큰 물고기들이 잡히질 않는다. 이런 물때에 온 것도 처음인데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조과가 좋지 않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참고로 물때라 함은 월력에 의해 밀물과 썰물이 하루에 6시간씩 두차례에 이루어지는데 간만의 차가 제일 적은 날이 음력 8일과 23일로 조금이라고 부른다. 그 이튿날인 9일과 24일이 무시라고 부르며 또 그 다음날인 10일과 25일이 한뭇날이 되며 그 다음날 부터 두뭇날, 세뭇날로 이어진다.
간만의 차가 센 물을 사리라고 부르는데 무릎사리, 가슴사리, 목사리등으로 부르고 일곱뭇물, 여덟뭇날이 간만의 차가 제일 크니 음력으로 15일, 1일을 포함, 전훗날이 물때가 좋다는 얘기다.
낚시가 잘되고 안되는 일 가지고 핑게거리가 많다고 하지만 최소한 이러한 물때는 맞춰 와야겠음을 다시 한번 체험한 날이다. 예년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심심치 않게 입질하는 바람에 저녁 늦게까지 낚시에 몰두한다.
▼ 아차도 서쪽방향에서 낚시하게 되면 해넘어 가는 방향의 볼음도를 마주하게 된다.
▼ 볼음도와 아차도 사이의 왼쪽 무인도인 수리봉이 제법 운치가 있어 보인다.
▼ 오전까지 낚시하는데 어제 보다는 물결도 잔잔하고 제법 낚이는 편이다. 처음부터 내일로 가기로 했던 일정을 일기예보로 배가 뜨지 못할 것을 염려하여 오후 2시배로 귀가하기로 한다. 마릿수는 꽤 되지만 씨알이 적어 10월말이나 11월 초경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여기서 접기로 하고 점심식사를 하고나니 비가 후둑후둑 쏟아지기 시작한다.
▼ 가을이 언제 온것인지 산행한지도 한달 이상이 되고 바닷가를 주로 접하게 되니 계절 감각을 잃은 것 같다. 코스모스를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일부러 잎과 꽃을 따서 비벼도 보고 냄새도 맡아 본다. 꽃망울을 터뜨려도 보고 꽃을 따서 손바닥에 쥐고 하얀 교복을 입은 친구 등짝에 후려쳐 무늬가 지게 장난을 치거나 허공에 돌려보기도 하는등 어릴 적 부터 정감이 가는 꽃이기에 나에게만은 가을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 수크령은 어릴 적 뛰어 놀다보면 바지가랭이고 양말이고 달라붙었던, 따갑기도 하지만 풀이 억세어 자칫 손에 베이기도 했는데 가을 손짓을 한다.
▼ 털이 복스러운 수강아지풀도 귀엽게 보이고 꼿꼿이 서있는 금빛나는 금강아지풀도 색이 바래가니 가을이다.
▼ 낚시하고 민박집에 돌아오니 20여년 전에 우리가 민박을 했던 집에 왔던 추억으로 아무 연락없이 찾아와 민박을 하게 됐다는 5, 60대 자매하고 잡힌 감성돔과 우럭, 망둥어회를 썰어 술한잔 하면서 동생과 모두 함께 이야기꽃을 피운 시간이 낚시한 시간보다 더 즐거운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올해 적당히 기회가 된다면 물때에 맞춰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한다. 모든 일은 할 수 있을 때 해야 후회가 없질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