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 이외수문학관
2017년 6월 25일(일)
산악회에서는 회원들의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산행 또는 트레킹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빡세게 걷기를 즐겨 경쟁적으로 긴 거리, 또는 속도를 내는 젊은 층으로부터 쉬엄쉬엄 정상석이나 밟고 내려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 회원, 산보다는 평지를 걸으며 테마가 있는 트레킹을 원하는 회원, 특별히 섬 산행 및 바닷가 트레킹을 좋아하는 회원 등 회원들이 원하는 산행 및 트레킹에 맞추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산행을 하더라도 A, B 심지어 C코스 등을 정해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택하도록 하고 산행지도 테마별로 그 지역의 전통, 문화, 역사, 유적지, 자연경관이 좋은 곳 등을 산행이나 트레킹과 연계하여 진행하기도 한다. 나 같은 경우 단순한 산행이든, 테마 트레킹이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행 한번 다녀 오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건강 삼아 산행이나 트레킹을 하면서 그 주변을 둘러본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번 복주산 산행도 역시 이외수문학관 관람과 연계하여 진행을 한 것인데 일부러 이곳 문학관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잘 왔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외수 소설가는 사실 많이 아는 바 없다. 독특한 언어로 마음을 사로잡곤 했던 기억이 있어 막연한 관심 인물이었다. 어쩌면 사생활등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면서 뭇사람들에게 더 알려진 인물인지도 모른다.
사람이란 한 단면만을 보고 또 선입견을 가져서는 안된다. 과거 마음에 와 닿은 어록들이 많이 있어 다시 그의 문학을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남달리 관심을 갖고 문학관을 둘러보며 작가의 내면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본다.
마침, 작가님이 문학관에 계셔 산행을 마치고 방문한 회원들을 반갑게 맞아 준다. 사진도 함께 찍고 노래도 한곡 들려주신다. 한동안 투병생활을 해서인지 71세 연령에 비해 더 많이 들어 보이는 왜소한 체구지만 건강해 보인다. 격식 없어 보이고 털털하니 다정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다.
끊임없는 네티즌과의 소통으로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팔로어가 많은 이외수 작가와 직접 대면하는 기회를 가져 본 것으로 의미 있는 하루였다.
∥이외수문학관∥
♣ 위치: 강원 화천군 상서면 감성마을길 157 (다목리 799번지)
♣ 개관시간: 하절기-4월 1일~ 9월 30일 10:00~17:30, 동절기-10월 1일~ 3월 31일 10:00~17:00
♣ 휴관: 월, 화요일
▼ 이외수문학관 전경
▼ 출입문에는 이외수님 실물크기의 모형이 반겨준다. 방문객들을 배려하여 기념사진을 위해 세워 놓은 것도 같다.
▼ 현관문에는 수도 없는 메모쪽지가 붙어있는 것만봐도 그에 대한 애정을 말해 주는 듯 하다.
▼ 강렬한 선으로 간결하면서도 추상적인 독특한 그림이 어록과 함께 많이 전시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 밖에서 산악회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난뒤 노래를 들려 주시겠다고 선뜻 나서신다.
글쓰는 작가가 노래까지 자청해서 부른다고 하여 의아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발동하여 모두가 실내로 입장하니 무대가 단촐히 꾸며져 있었고 간이 의자에 앉은 회원들 앞에서 노래방 엠프시설이 잘 갖춰진 노래방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신다.
노래 곡목은 네곡...
첫번째: 낙엽은 지는데 (진송남노래), 두번째: 당신도 울고 있네요 (김종찬노래), 세번째: 나이만 먹었습니다 (이외수 작사, 철가방프로젝트노래), 네번째: 내 나이가 어때서(오승근 노래)
세번째 노래를 소개하면서 "나이만 먹었습니다." 라고 하니 회원 중 한명이 "노래 제목입니까?" 라는 말에 그렇다고 하니 빵 터짐.
세번째까지 노래를 부르시더니만 너무 감성에 젖은 곡인가 재미가 없는 모양이라며 유치원생들이 좋아하는 내 나이가 어때서를 부르겠다는 말에 모두가 또 빵터짐.
나 역시 어려서부터 가요를 좋아하여 지금도 부르기도, 듣기도 즐긴다. 특히 낙엽은 지는데는 내 애창곡이기도 한데 작가님으로부터 직접 들으니 절로 같이 따라 부르게 된다. 세번째 곡인 나이만 먹었습니다. 가사 내용을 후에 살펴보니...
온 세상 푸르던 젊은 날에는
가난에 사랑도 박탈당하고
역마살로 한 세상 떠돌았지요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이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가사 내용이 뭉클하다. 우리가 지금껏 살아 온 인생 이야기가 아닌지...
▼ 2012년 대선 당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모두가 이분과 함께 사진을 찍었는데 그들은 다분히 표심을 얻기위한 정치성을 띤 것이고 이와 같은 사진은 일반인들을 배려한 순수한 마음에서 포스팅에 응해주신 거란 생각이 든다.
▼ 붓모양이 특이하다. 서예 붓이 아닌가?
▼ 손때가 묻은 자필 원고가 이곳에 전시되어 있어 평생 문학인으로서의 열정을 그대로 느낄 수가 있다.
▼ 이외수 작가님의 전시된 서적들...
▼ 한 줄의 글에 어렸을 당시의 가난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읽는 이들의 마음을 짠하게 한다.
▼ 문학관 주변에 돌판에 새겨진 모세의 십계명과 같은 어록들...
▼ 읽는 순간 어렵지 않게 와 닿는 감성의 글들이 마음을 자극한다. 육(肉), 혼(뇌, 마음), 영(靈)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우리가 언제쯤 영안의 눈으로 세상을 볼 것인가!
▼ 우리가 현재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요, 오늘 하루하루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해 준다.
▼ 절망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주는 메세지도 간간히 눈에 띈다.
▼ 특히 사랑에 관한 글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과거에 한 드라마에서 "너희들이 게맛을 알아?" 라고 자식들에게 나무라는 모습이 떠오른다.
무엇이든 수박 겉핥기 식의 열정이 없는 일에는 그 진가를 알 수가 없음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진심으로 사랑을 해 본 적이 있는지 반문해 보면서 "너희들이 사랑을 알아?" 남녀 간에 진정한 사랑을 해 본 그런 사람만이 아래 어록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글로 보이지 않게 됨을 알게 된다.
▼ 진정한 사랑이라면 아무리 떠났더라도 시들기 전에 돌아오기!
시든다 할지라도 단비가 내려 소생하듯 돌아오면 다시 소생하는 사랑.
♣ 그 밖의 어록들 ♣
▷ 그대가 등 뒤에서 꽃으로 피어 흔들려도 나는 안다.
▷ 뿌리가 쓰든 달든 꽃은 아름다운 법. 가시가 있든 없든 사랑도 아름다운 법.
▷ 흔들릴 준비는 되어 있다. 이제 속삭여주기를.
▷ 그대에게 감기고 싶다.
▷ 그대가 속삭이는 말들은 모두 바람 부는 들판으로 가서 풀꽃으로 흔들린다.
▷ 가까이 있어도 가슴이 뛰고 멀리 있어도 가슴이 뛴다.
▷ 그림자마저도 실체와 똑같이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든다.
▷ 피어도 사랑, 시들어도 사랑.
▷ 얼마나 더 간절해야 제게로 올까요.
▷ 이토록 오래 기다려야 굳이 사랑인 줄 아시겠습니까.
▷ 사랑은 눈높이를 맞추는 것.
▷ 그대가 꽃피었습니다. 비로소 봄입니다.
▷ 흔들리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 사랑은 약속하지 않아도 마냥 기다리는 것.
▷ 사랑은 접근 금지 표지판을 무시하는 것.
▷ 그대 이름 한 번씩 부를 때마다 들판에는 꽃들이 피어나고.
▷ 가시가 있어도 굳게 끌어안고 싶어요.
▷ 한 음절의 그대 귓속말로 보라색 제비꽃이 피어난다.
▷ 너와 같은 빛깔로 물드는 사랑법.
▷ 사랑은 말라비틀어져도 은총이다.
▷ 굳이 입을 열어 말하지 않아도 그 뜻을 헤아려 간직하기.
▷ 이 세상 모든 풀들은 바다를 향해 흔들린다.
▷ 그대는 그대처럼 사랑하고 나는 나처럼 사랑하고.
▷ 가라앉는 일보다 떠오르는 일이 더 많은 나날.
▷ 차라리 내가 시들고 너는 피어나기를.
▷ 죽어 있는 모든 것도 노래가 되거 살아 있는 모든 것도 노래가 되는 시절.
▷ 그대가 다 시들어 말라비틀어져도 내 눈에는 아름다운 것.
▷ 뱀독 빼는 데 좋다는 구절초, 사랑의 독도 뺄 수가 있나요.
▷ 사랑, 때로는 텅 빈 하늘에 나 홀로 섬이 되는 것.
▷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기.
▷ 사랑은 직접 닿지 않아도 너와 같은 빛깔로 물들어버리는 것.
▷ 풀잎 하나가 져도 온 세상 문이 모두 닫히는 느낌.
▷ 사랑할 때는 모두가 낙락장송.
▷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아도 사랑인 줄 아는 것.
▷ 간절하지 않은데 사랑이라 할 수 있나.
▷ 기다림, 사랑보다 잔인한 악몽.
▷ 기다림은 시간을 야위게 만든다.
▷ 누구나 말씀으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그대만이 가능한 일.
▷ 세상 만물이 다 흐트러져 있어도 오직 그대만은 우아하기를.
▼ 내가 비록 산을 오르고 강가를 걷고 바닷길을 걷지만 남들이 걸어 만들어 놓은 좋은 길만 나다녔다. 그런 길은 처음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 걸음으로 인해 길이 생긴 것이다. 우리가 걷는 편한 길만 간다고 편한 것이 아니요, 때론 없는 길을 내가 만들어 갈 때 그 길이 비록 힘들고 고단하지만 뒤에 많은 사람들이 따라온다는 보람에 즐거운 것이다.
우리네 인생이 그렇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앞으로 꿋꿋이 걸어갈 때 길이 생기고 언젠가 희망의 목표지점에 다다르게 된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의미해 보는 시간이다.
등산을 하면서 문학기행을 한 셈인데 대부분 그냥 지나칠 일이지만 꼼꼼히 살펴봤다. 설령 문학관을 둘러봤다 해서 작가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겠냐만 뭔가 한 가지만이라도 깨닫고 간다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다시 한번 작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주어졌으니 아래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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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가 KBS2 ‘살림하는 남자들2’에 합류한다.
개성 넘치는 스타들의 리얼살림기를 보여주며 화제가 되고 있는 KBS2 ‘살림하는 남자들 시즌2’(이하 ‘살림남2′)의 백일섭이 오늘(28일) 방송을 끝으로 하차하고, 작가 이외수가 7월 5일 방송을 시작으로 새롭게 합류한다.
그 동안 ‘살림남2’의 중심을 잡아준 어른이자 프로그램의 성공적 안착에 결정적 기여를 한 백일섭이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하고 최근 신간 소설 ‘보복대행전문 주식회사’로 돌아와 화제가 되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씨가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트위터 팔로워 수가 240만에 육박하는 ‘파워 트위터리안’이자 다양한 사회문제에 거침없이 의견을 제시하는 등 참여하는 지식인의 대표주자인 이외수가 보여줄 ‘살림남’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살림남 이외수와 함께 보여질 강원도 화천의 자연풍광과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외수의 살림살이에 대해서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출연한 살림남들의 거주지가 주로 도시였기에 도시생활이 많이 그려져 왔는데, 아름다운 자연 속 전원주택에서 생활하는 이외수씨의 합류로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생활을 엿볼 수 있고, 미스 강원 출신의 아내와의 41년 살림살이 또한 전격 공개되어 방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에 ‘졸혼’이란 화두를 던지며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백일섭은 오늘 방송을 끝으로 하차한다. 오늘 방송에서는 본업인 연기활동을 잠시 쉬게 했던 허리 디스크 수술 전후의 모습과 살림남을 하차하는 소감이 방송될 예정이다.
‘살림남2’ 제작진은 “쉽지 않았을 ‘살림남’ 출연을 결정해주시고 방송을 통해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신 백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다시 만나시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감사와 기대의 말을 전했다.
백일섭의 마지막 이야기와 세속과 담 쌓은 듯한 우리 시대의 기인이 어떤 식으로 살림을 꾸려나가는지 들여다 보는 재미가 기대되는 이외수의 첫 등장이 공개될 ‘살림남2’는 오늘(28일) 저녁 8시55분에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