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강원도

[정선] 가리왕산

갯버들* 2017. 1. 8. 23:46

2017년 1월 8일(일)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

엄동설한은 어디가고 봄 같은 겨울이다. 난방비를 걱정해야 하는 서민들이야 따뜻한 겨울이 당연 좋겠지만 이상기후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고 당장은 겨울 특수에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겨울 축제는 지연이 되거나 진행이 어려울 것 같고 난방비가 절감되는 하우스 농사는 혜택을 보게 되는 등 날씨변화는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그냥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 

취미생활로 산을 오르는 산객들은 사계절의 풍경을 즐기고 싶어한다. 더우면 더운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계절다운 모습을 보고 느끼며 자연과 한 몸이 되어 힐링하고자 하는 것인데 가장 추워야 할 1월 중순임에도 영하 10도이하로 내려간 날이 거의 없는 듯 하다.

더군다나 겨울눈이 아닌 겨울비가 내리고 해발1,000m이상 높이의 산에도 적설이 예년같지 않다. 눈꽃산행이나 상고대가 멋지게 핀 산행을 해 보고자 고산지대로의 원정산행에 나서지만 이곳저곳 정보를 봐도 별로 신통치가 않다. 이번에는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을 택했다.

100대명산에 들어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처음 가보는 산이기에 어느 계절에 관계없이 가보고자 했던 산인데  기왕이면 상고대나 눈꽃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기대였지만 역시 조망조차 열어주지 않는 날씨다. 사진을 담을 소재도 별로 없다. 여름에 갔었다면 수량 많은 계곡에 초록의 이끼를 소재로 멋진 사진 몇장 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지만 한 겨울이라 그마저 기대 못할 일...

들머리는 400m여 높이에서 시작해서 1,560m정상을 올랐으니 1,000m이상을 정말 빡세게 올랐다. 사진 담을 일이 그리 많지 않으니 뒤쳐질 일도 없었다. 다행히 수량 많은 계곡의 물소리를 내내 들으면서 아직 붙어있는 이끼 계곡풍경을 몇 장 담아 볼 수 있는 것으로 족해야 했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북평면 숙암리 산400(장구목이골 입구), 정상-강원 정선군 정선읍 회동리, 날머리-강원 정선군 정선읍 회동리 308-1(자연학습관)

♣ 산행코스: 장구목이골입구-임도-장구목이삼거리-정상-마항치삼거리-어은골임도-심마니교-가리왕산자연휴양림(자연학습관)

♣ 거리: 약9.5km (들머리:09:50, 날머리:15:50)

 

가리왕산 개요

높이는 1,561m이다. 태백산맥의 중앙부를 이루며, 상봉 외에 주위에 중봉(1,433m)·하봉(1,380m)·청옥산(1,256m)·중왕산(1,371m) 등 높은 산들이 있다. 청옥산이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같은 산으로 보기도 한다.

옛날 맥국()의 갈왕( 또는 )이 이곳에 피난하여 성을 쌓고 머물렀다고 하여 갈왕산이라고 부르다가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가리왕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갈왕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북쪽 골짜기에는 갈왕이 지었다는 대궐터가 남아 있다. 한강의 지류인 동강()에 흘러드는 오대천()과 조양강()의 발원지이다. 맑은 날 동해가 보인다는 망운대·백발암·장자탄·용굴계곡·비룡종 유굴 등을 가리왕산 8경으로 꼽는다.

벨패재(일명 벽파령)·성마령·마전령 등 수많은 고개가 있고, 경사도가 완만하여 등산로로 인기가 높다. 능선에는 주목·잣나무·단풍나무·갈참나무·박달나무·자작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수목이 울창하며 산약초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

숙암 방면의 입구 쪽 약 4km 구간에는 철쭉이 밀집하여 자생하고 있다. 1993년에 가리왕산 남동쪽 기슭의 가장 깊은 골짜기인 회동계곡에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었다. [출처:두산백과]

 

   ▼ 첫 들머리부터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가 겨울 산행이 아닌 봄 산행으로 착각이 들게 한다.

                    ▼ 역시 가리왕산은 이끼 서식의 최적인 듯 하다. 한 겨울임에도 계곡마다 이끼 투성이다.

 

 

   ▼ 울창한 나무숲들이 강풍에 여기 저기 나뒹굴어 산행에도 지장이 많았다.

 

 ▼ 적설이 안전상 아이젠만 착용할 정도로 쌓여 있었다. 하산할 때는 눈이 녹아 진흙으로 인한 미끄러움으로 아이젠은 풀지 않은 것이 좋다.

 

   ▼ 내내 오르막길에 모두가 힘들어 한다. 방태산 오를때의 생각이 난다.

  ▼ 8~9부 능선에 오르자 수백년은 됐을 법한 주목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이라 했는데 정말 고산지대에서 끈질길 생명력으로 내 앞에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한 방편으로 속을 비우고 삶을 버티고 있는 것을 보노라면 경외감 마저 든다.

 

 

 

 

 

 

 

  ▼ 정상 부근에 모진 풍파 견뎌내고 살아온 떡갈나무가 온 몸을 비틀고 있다. 풍향에 따라 가지가 이리 저리로  뒤틀린 모양새다.

 ▼ 드디어 들머리에서 2시간 20여분만에 정상에 도착, 기념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는다. 바람 한점 없는 날씨인데 주변은 운해로 조망이 되질 않는다.

 

 

 

 

 

 

 

  ▼ 저 산 중턱에 자리잡은 마을과 길은 마치 중국과 티벳으로 연결된 차마고도와 같은 무역로가 연상될 만큼 별 세상 같다.

 

   ▼ 운해로 인해 살짝 상고대가 형성됐지만 아쉽게 그걸로 끝이다. 이제 정상을 밟았으니 하산하는 일만 남았다.

    ▼ 주변에 독야청청하는 소나무들이 간간히 눈에 띈다. 역시 많은 풍파에 시달린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 하얀 눈을 보노라면 그리움이 사무칠 때가 있다. 이런 추억, 저런 추억...어쩌면 추억으로 살아 가는지도 모른다.

 

                         ▼ 죽어서도 하얀 속살을 드러내 놓고 할 얘기가 많다.

   ▼ 겨우살이도 둥지를 틀고 남을 등쳐 먹으면서 잘 살아가고 있다.

 

  ▼ 양지쪽엔 잔설 하나 남아 있지 않다. 등산화는 진흙투성이가 되어 엉망이다. 스패치 착용 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 약 4시간 30분만에 어은골 임도까지 하산했다. 오르는 거리만큼 하산해야 하니 아무것도 볼거리 없이 내달리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지만 그냥 심신단련이라 생각하면 그만이다. 

  ▼ 남은 간식들 꺼내서 처분을 한다. 막걸리 한잔에 단감 한쪽이 그렇게 행복감을 줄 수도 있는건지...

  ▼ 나는 이끼를 좋아한다. 이끼 종류도 많지만 이와 같은 이끼는 오염된 곳에서는 자라지 못하고 온도와 습도도 맞아야 한다. 오염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이끼는 따로 있는데 분재등에 쓰이는 이끼 종류다.

              

 

 

 

 

 

 

 

  이렇게 해서 산행을 마쳤다. 다소 흐린 날씨에 진눈개비도 간간히 내렸다. 비라도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봄에 진달래, 철쭉 산행을 기대하다 시기가 맞지 않아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겨울에 눈꽃과 상고대를 볼 기회는 그 보다 많다. 앞으로의 멋진 겨울 산행을 기대해 보면서 또 일주일을 힘차게 지내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