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야기/고향 추억

함박눈의 추억

갯버들* 2008. 1. 11. 13:29

 

 

 ▲ 1987년도의 고향들판 전경

 

 

 

 

밖에 함박눈이 펑펑 내린다. 많은 양의 눈이 올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은 눈이 내리는 날이면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게 되고 낭만에 사로잡히는 등  옛 추억을  더듬고 또 추억을 만들어 간다. 

첫눈이 내리면 캐롤송과 함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추억하고, 한겨울의 함박눈은 눈사람을 만들고 미끄럼타기, 눈싸움등 갖가지 놀이도 생각나게 한다.

그 중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새를 잡으려 덫을 놓는 일이었다.

엄청난 양의 함박눈이 내리면 온 대지는 풀 한포기 볼 수 없는 세상으로 탈바꿈 되고 각종 날짐승들은 먹이감이 없어 민가 근방의 볏낱가리 쌓아 놓은 곳으로 몰려 들었다.이 틈을 놓질 동네 아이들이 아니었다. 어른들이 가르쳐 준 방법으로 새덫을 만든다.

우선 굵은 새끼줄을 꼬고 다소 굵은 휘어지는 나뭇가지를 활시위처럼 만든 다음 양쪽에 나무로 박아 고정시키면 반은 완성단계...

개나리 가지등 얇은 가지를 휘어서 그물을 얽어 매고 고정시켜 놓았던 새끼줄을 탄력성 있게 돌려 이 그물망의 가지를 새끼줄 사이에 끼워 넣고 넘어 지는 속도의 상태를 점검한다.

그런 다음 활시위처럼 생긴 막대기 뒷쪽에 끈으로 붙들어 매고 끝이 뾰족한 대나무 막대기들 만들어 묶고 그물망의 덫을 뒤로 제낀다음 미끼인 벼이삭을 맨 홈이 패인 작은 막대를 만들고 살짝 끼워 놓으면 덫은 완성되는 것이다.

덫 앞에는 빈쭉정이인 등겨를 살짝 뿌려 놓고 그 주변에는 볏짚을 세워 놓으면 주위의 새들은 당연 몰려 들게 마련이다.

40년전의 60년대, 70년대의 고향에는 노루, 산토끼 하나 볼 수 없는 민둥산에 짐승이라고는 날짐승의 텃새와 철새 뿐이었다.

특히 참새가 많아서 가을이면 농사피해가 많았다. 그 많은 참새가 겨울에 무리지어 다니면 흔하지 않은 공기총을 소유한 동네 형들이 새 무리를 쫒아  무더기로 잡곤해서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참새 뿐만 아니라 멧새, 방울새도 많았다. 참새는 특히 겨울잠을 초가지붕의 처마 짚 구멍에서 잠을 자곤 했는데 후래쉬를 사용해 비추면 가만히 웅크리고 있기 때문에 쉽게 잡을 수 있어서 그 방법을 많이 사용했지만 눈이 오는 날에 이러한 덫을 이용해 잡는 일은 또 다른 흥미거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몰려든 각종 참새, 멧새, 방울새들이 앞 다투어 먹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덫이 있는 벼이삭을 쪼아 먹다 홈에 살짝 끼워 놓은 대나무 받침대가 튕겨지는 순간 꼼짝없이 그물망에 덮쳐 잡히고 마는 것이다.

덫 가장자리에 있는 잽싼 놈은 놀라 폴짝 옆으로 피하고 덫 사정권 안에 든 놈은 여지없이 두세마리 한꺼번에 잡힌다. 물론 큰바구니를 비스듬하게 나무에 고이고  나무에 줄을 붙들어 맨 상태에서 그 안에 먹이를  뿌리고 새가 안에 들어가면 줄을 잽싸게 채는 원시적인 방법도 써 봤지만 날쌘 새가 안에 갇혀 잡힐 리가 없다.

그 중엔 방울새가 많이 잡혔다. 방울새는 잡아 놓고 보니 색깔이 너무 예쁘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다.

제일 약싹 빠른 넘이 바로 멧새다. 멧새는 그러한 그물망에 왜 잘 안걸리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벼이삭을 먹이로 하지 않는 것인지, 너무 영리해서인지는 모른다. 지금은 참새도 보기 힘들어졌다.

환경의 변화 때문에 그럴 것이다. 참새를 잡으면 벌금을 무는 세상이 되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가끔 매스컴에  불법으로 그물망을 놓아 짐승을 잡아 수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좋지 못한 보도가 나오기도 한다.

참 단순한 각종 올가미 덫으로 잔인한 모습을 보는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새를 한마리 잡기 위해 이러한 과학적인 방법을 썼던 것이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낭만보다 앞서 어려웠던 시절을 먼저 떠 올리게 하는 것이다.

이제는 흰눈이 내리는 창가에서 안전운행을 생각해야 하는 시절이다. 다시 돌아 오지 못할 그 때의 아름다운 추억에 웃음지을 수 있음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