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2일(토)
거문도의 불탄봉을 11시경 올랐다가 하산을 하고 보니 오후 3시 밖에 안된다. 오늘이 그러고 보니 년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이다. 해가 아직 중천에 떠 있는데 그냥 숙소로 돌아가자니 그렇고, 뒷 동산인 회양봉의 역사공원이나 둘러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이다.
하여, 거문도 출발전 도상을 연구한 바가 있어 녹산등대를 옆지기와 가기로 하는데 회원 전부가 알고 따라 나선다. 그곳까지 걸어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고 들머리까지 교통수단을 알아 보는데 유람선을 타고 장촌선착장까지 갈 것인지, 택시 를 타고 갈 것인지 요금부터 알아보니 교통편은 개인당 왕복 5,000원으로 비슷한데 유람선은 기다릴 시간이 없어 택시를 이용하기로 하고 7인승 두대로 나눠 타고 이동한다.
▼ 들머리에 도착하니 거문대교 바로 건너기 직전이다. 위령탑이 있는 전망대에서 바라 본 풍경으로 가운데 작은 섬으로 보이는 것이 택시로 출발했던 고도.
▼ 어디서나 조망이 되는 서도와 동도를 연결한 거문대교...차량이 다니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 해안가는 해식애가 절경을 이루고 있어 파도의 포말과 함께 멋진 풍경에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 당겨 본 동도리의 마을
▼ 서도의 서도리 마을
▼ 거문도등대 쪽의 풍경을 남성적이라고 표현한다면 녹도등대 쪽의 풍경은 여성적이다. 들머리로부터 등대까지 거의 데크로 길이 놓여져 있고 대리석 같은 반들반들한 돌들이 바닥에 깔려 있어 오히려 미끄러워 걷는데 방해가 될 정도다.
▼ 때론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 짙푸른 바다를 보며, 파도소리를 들으며 걷노라면 절로 힐링이 됨은 말할나위가 없다.
▼ 가끔은 뒤를 돌아봐도 거문대교와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답다.
▼ 나무가 없어 한 여름 산책하기가 좀 그렇긴 하겠지만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고즈넉한 이러한 길을 걷는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요, 행복이다.
▼ 앞을 보고 뒤를 봐도, 반복되는 풍경에도 지겹지 않다.
▼ 모퉁이를 돌아서 내려다 보니 인어해양공원과 녹산등대가 눈에 들어온다. 역시 테크로 설치된 오솔길이 너무 좋아 보인다. 다만, 나름으로 정성을 드린다고 바닥에 대리석 같은 반질반질한 돌을 깔아놔서 경사로에서는 몇 번이고 넘어질 뻔 하여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되는 불편함도 있더라.
▼ 뒤돌아 봐도 멋지다.
▼ 등로 안부의 해안 절벽으로 가까이 가 보니 내가 좋아하는 각종 바닷가 식물들이 앙증맞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바위 이곳 저곳에 붙어서 고운 색감으로 활짝 만개하여 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땅채송화가 누군가 이쁘다는 표현을 해주길 기다리는 듯이 곱디 곱게 피웠다.
▼ 야생화는 햇빛에 역광으로 담아야 제 멋을 드러낼 수 있다. 녹색의 해국과 땅채송화가 녹색, 빨강, 노랑의 삼색만 조화를 이뤄도 자연의 색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 수가 있다.
▼ 갯까치수영은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남해안에서 두번째로 보는 꽃이기도 하다.
▼ 마치 찔레나무 꽃으로 오인하기 쉬운 포복성 덩굴을 가진 <돌가시나무>가 순백으로 깔끔하고 소박하게 피어 더욱 마음을 끌게 한다.
▼ 인어해양공원이라 해서 큰 기대를 하긴 했는데 초생달에 인어상 하나만이 덩그러니 있어 좀 허전한 느낌이다. 바닷가이긴 하지만 산등성이에 있다는 것도 그렇고 초생달과 연관을 지으니 산에 걸린 초생달의 인어와 영 매치가 되지 않아 조화롭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 반대편에서 찍으니 제대로 색감이 나온다. 인천 장봉도 선착장의 인어상이 앞 가슴이 반들거리더니 이곳은 손이 쉽게 닿지 않아 엉덩이쪽이 반들거리니 어딜 가나 장난끼 많은 이들의 손버릇은 여전하다.
▼ 이곳은 정말 눌러 앉아 놀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땅채송화가 지천으로 깔린
곳으로 뒤쳐진 발걸음에 제대로 담지 못해 정말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 녹산등대의 위치가 마치 신전에 오르는 것 처럼 거룩해 보이는 분위기다.
▼ 녹산등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백미이다. 마치 인천의 굴업도를 연상시키는 풍경인데 거문도등대 방향의 산책로와 더불어 가족, 동료, 연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 보낼 장소로는 최고일 듯 하다.
▼ 도상으로 보면 서도리, 변촌마을, 덕촌마을인 서도가 사슴의 암컷, 동도가 사슴의 숫컷, 고도가 사슴새끼 모양을 하고 있고 서도의 녹산은 사슴의 머리부분에 해당한다고 하여 사슴 록(鹿)자를 써서 녹산(鹿山)이라고 부르고 있다고 한다.
▼ 녹산등대
서도리 최북단 녹산곶 산봉에 위치한 무인등대로 1958년도에 세워진 후 1981년
3월부터 태양열 신호등으로 교체 가동하고 있다고 한다.
▼ 서도리의 이금포해수욕장으로 부터 멀리 삼호교와 선바위까지 물길이 뻥 뚫린 것 같은 모습이다.
▼ 여수시 삼산면 초도리 마을인 초도
▼ 녹산등대로 가는 길은 데크길이 있고 그 아래로 예로부터 밭농사를 짓거나 주택이 있어 오갔던 것으로 보이는 소로길이 나 있어 한바퀴를 도는 형태로 되어있다. 내려오는 길에 딸기를 따 먹느라 모두가 정신이 없다.
▼ 거문도의 해풍쑥은 처음 알게 된 것이나 꽤 알려져서인지 이곳저곳 밭에 쑥을 재배하고 있다. 옛말에 쑥대밭이 됐다는 표현은 완전히 망해서 폐허가 된 상태를 뜻한 말로 쓰였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된 시대다.
▼ 당아욱이 참 예쁘게도 폈다.
▼ 정확히 2km 거리의 녹산등대 트레킹을 1시간 30분간 마치고 숙소쪽으로 오니 6시가 됐는데 저녁식사 전 이왕 걷는 김에 역사공원이 있다는 뒷산인 회양봉을 오르자고 한 것이 또 모든 회원들이 따라 나서게 됐다.
마침, 숙소의 관리인이 이곳 지리와 역사에 대해 좀 알고 있다고 우리를 안내한다. 역사공원으로 오르는 골목에 이와같은 일제의 건물이 개조되어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 역사공원으로 올라가는 골목
▼ 거문초등학교
1905년 11월 16일 김상순, 김용현, 김재윤이 세운 낙영학교가 모체이다. 낙영학교는 전라남도에서는 세 번째, 여수시에서는 최초로 세워진 근대 교육 기관이다. 1912년 6월 20일 학제 개편으로 거문사립보통학교로 개편되었으며, 1920년 11월 5일 공립 거문보통학교가 되었다.
1924년부터 수업 연한이 6년으로 인가되었고, 1938년 4월 서도심상학교를 거쳐 1941년 4월 1일 서도국민학교로 교명을 바꾸었다. 1941년 1월 16일 현재의 위치로 학교가 옮겨졌다. 1999년 3월 1일 서도분교장으로 거문초등학교에 편입되었다. 2019년 3월 1일에 폐교되었다.[향토문화전자대전]
▼ 이 소로길을 지나면 영국군묘지가 나타난다.
▼ 오른쪽으로 안노루섬이 보이고 오전에 갔었던 수월산과 보로봉이 마주하고 있고 가운데 무너미와 선바위가 보인다.
▼ 안노루섬 넘어로 유림해변이 보인다.
▼ 해가 기울어 가며 붉은 노을빛을 띤 밖노루섬이 보이고...
▼ 영국군 묘지에 도착, 영국군이 한 때는 이땅을 지배했는데 무슨 묘지조성을 할 이유가 뭐냐는 회원의 질문에 안내하던 숙소관리인이 영국군이 주둔하면서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줬다는 이런저런 사례를 들려주므로 거문도에서는 영국군과 유대관계가 두터웠던 모양이다.
거문도 (포트 해밀턴)
186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영국해군 함정과 상선이 이 거문도에 드나들었고 1885년부터 1887년까지는 영국 해군이 이곳에 기지를 두었다. 그동안과 그 후 몇 해 동안에 영국해군 사병과 해병대원 10명이 이 섬과 근처해역에서 사망하여 이곳에 묻혔다.
1886년에 사망한 두명과 1903년에 사망한 한명의 해군병사의 기록은 비문에 새겨져 있으며 나머지 묘지는 이제 알 길이 없다. 주한영국대사관, 한영협회, 영국부인회는 100주년을 기념하여 이패를 세웠다.[안내문]
▼ 영국군 묘지를 지나 계단 위로 오르면 회양봉으로 가는 등로가 있고 5분 정도면 전망대에 이른다.
전망대에서 바라 본 동도 방향
▼ 동도의 남쪽 끝과 멀리 소삼부도와 대삼부도
▼ 서도와 동도를 연결한 거문대교...멀리 초도가 보인다.
▼ 당겨 본 소삼부도와 뒷쪽 대삼부도
▼ 해가 뉘엿뉘엿 넘어 가면서 하산지점에 이르러 건너편 덕촌마을과 불탄봉을 담아 봤다. 국립공원이라서 그런지 마을이 지붕 도색도 산뜻하고 깨끗해 보인다.
※ 오늘은 백도 관광유람을 마치고 불탄봉을 산행하려 했던 것인데 예기치 않은 날씨관계로 산행만을 한 것이다. 애초 계획에 없던 녹산등대를 가 봄으로써 세개 지역을 답사하게 되었고 저녁식사 시간을 늦출만큼 짜임새 있는 일정을 마치게 되어 뿌듯하다.
거문도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던 내가 지형과 역사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이 큰 보람이다. 물론 눈으로, 가슴으로, 카메라로 담은 멋진 풍경들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간직될 것임은 물론이다.
이제 내일 백도 관광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면서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횟거리에 술 한잔을 기울이며 이야기 꽃을 피우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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