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17일(일)
지난해 여름 한창 더위가 막바지에 이른 8월 22일, 백두대간 구간 중의 하나인 부항령-백수리산-박석산-삼도봉-삼마골재-미나미골-물한계곡주차장으로 꽤나 긴 거리를 산행했었다.
삼도봉에 이르렀을 때 능선하나를 넘으면 석기봉과 민주지산이었는데 당일 코스도 아니었을 뿐더러 잠시 들른다 하더라도 시간관계상 도저히 갈 수 있는 거리도 아니어서 그냥 지나칠 수 밖에 없었다.
민주지산은 100대 명산이기에 특히 겨울철이면 덕유산 못지 않게 산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지난번 코스와 연계해서 산행해 봄으로써 이제 민주지산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궁금증도 풀고 주변지형도 익히게 되었다.
비록 흐리고 운무가 끼어 시계가 좋지 않은 날이었지만 정상에서 눈을 맞으며 걷는 기분도 성취감과 함께 나름 좋은 하루였다.
∥산행정보∥
♣ 행정구역: 들머리-충북 영동군 상촌면 고자리(도마령), 날머리-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 954(물한계곡주차장)
♣ 산행코스: 도마령-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이정표-황룡사-물한계곡주차장
♣ 거리: 약14.5km(들머리:10:10, 날머리:15:50)
∥민주지산 개요∥
충청북도 영동군의 용화면· 상촌면과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에 걸쳐 있는 산이다(고도:1,242m). 백운산을 중심으로 북으로 각호산, 동남쪽으로 석기봉, 삼도봉 등 1,000m 이상의 산줄기가 이어져 산세가 웅장하다. 산 동쪽으로 흘러내리는 물한계곡은 국내 최대의 계곡으로 한여름에도 한기가 돈다고 한다.
산 북서쪽 계곡에는 민주지산 자연림이 조성되어 있다. 용화천, 고지천, 물한천 등 여러 하천이 발원한다. 이 산을 상촌면 물한리에서 바라보면 삼도봉부터 각호봉까지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가 솟아 있어 산세가 밋밋해 보인다고 한다.
산세가 민두름하다고 해서 '민두름산'이라고 부르던 것을 한자로 표기하면서 '민주지산'이란 지명이 유래되었다고 전한다. [출처:한국지명유래집 ]
▼ 도마령에는 대형 관광버스가 4대가 산객들을 하차시키고 있어 북새통을 이룬다. 간단히 준비체조 하고 출발!!
▼ 이 멋진 팔각정이 들머리에 있으니 글쎄, 반대편에서 오는 분들의 쉼터는 될 수 있을까, 고작 200m 올라오자 마자 여기서 쉬는 이는 없을 듯 하다.
▼ 처음 부터 좀 빡센 산행인데 등로가 얼어서 미끄럽긴 하나 아이젠하기도 좀 애매하다.
▼ 40여분 올라왔을까 능선을 넘으니 탁트인 전망이 보기 좋다. 멀리 민주지산이 조망되고 더 멀리 왼쪽 뾰족한 봉우리가 석기봉이다. 민주지산 정상이후에는 하산하는 코스도 몇 있지만 석기봉 까지가 오늘의 산행목표이고 거기서 하산할 계획이다.
▼ 드디어 첫 봉우리인 각호산에 도착했다. 산객들 수가 장난이 아니다. 인증샷 한번 담으려면 줄을 서야하고 난코스에서는 정체로 인해 시간이 지연될 수 밖에 없다.
▼ 같이 출발한 팀은 전국 각지에서 온 산악회원들과 섞여서 어디에 있는지 알 수도 없다. 모르는 분들에게 부탁해서 어렵게 인증샷 담아본다.
▼ 이런 난코스들도 더러 있더라.
▼ 12시가 좀 넘으니 민주지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망된다.
▼ 석기봉이 빼꼼이 보이고...
▼ 당겨본 석기봉
▼ 민주지산 정상을 당겨보니 인증샷 날리려는 사람들이 바글댄다.
▼ 1998년 4월1일, 천리행군을 하던 육군 특수전사령부 흑룡부대원들이 산악에서 갑자기 몰아친 추위 속에 탈진해 6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는 나흘 전 충남 청양 칠갑산을 출발해 계룡산과 속리산을 거쳐 대마산에 이르는 9박 10일간의 대대 전술종합훈련에 나선 특전부대원들이 해발 1242m의 민주지산을 넘을 때 일어났다. 사고 부대는 1일 오후1시 전북 무주를 출발, 20㎞를 3시간 동안 강행군한 끝에 민주지산 정상부근에 도착해 야영에 들어갔다. 그러나 밤이 되자 야영지에는 기후가 급변하면서 영하 10도 이하의 추위가 닥치고 낮부터 내리던 비는 폭설로 변했다.
사고당시 현장은 이미 30㎝가량의 폭설이 내린데다 초속 40㎞의 강풍으로 체감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급강하해 사실상 훈련이 불가능한 기상상태였다. 출발 때부터 계속 쏟아지는 빗속의 강행군으로 체력이 급격히 소모된 데다 갑작스런 강추위로 탈진증상을 호소하는 장병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헬리콥터조차 뜰 수 없는 악천후로 구조작업이 늦어지면서 결국 대위 1명을 포함해 6명이 사망하고 1명 실종, 6명이 부상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던 것이다.
조사에 착수한 육군은 “16일부터 계속된 훈련으로 대원들의 피로가 누적된데다 지옥훈련과정인 천리행군도중 악천후로 체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저체온증을 유발, 사고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 사인은 탈진으로 인해 피부와 근육이 갈라지는 열상과 간기능저하”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한복과 야영장비, 응급의약품 등 산지야영에 대비한 충분한 대비 없이 무리하게 훈련을 강행했던 지휘관의 과실도 드러났다. 기상악화로 첫 사상자가 발생했는데도 산악훈련을 중단하지 않고 예정된 집결지로 모이도록 하는 훈련을 강행해 추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국방부는 사고의 지휘책임을 대대장을 보직해임한 데 이어 여단장과 여단 정보참모에 대해 훈련감독 부실 책임을 물어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순직한 특전사대원 6명의 합동영결식은 3일 특수전사령부장으로 거행되었고, 유해는 대전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었다. 사고 현장 아래 물한리 계곡에는 안타깝게 숨져간 젊은 군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위령비가 서있다.
1998년 4월 1일 민주지산에서 희생된 6명의 특전 용사들은 나라를 위해 목숨바치길 두려워 하지 않았고 상상할 수 없는 자연과의 싸움에서도 뜨거운 전우애로 목슴을 헛되이하지 않았다. 그들의 숭고한 군인 정신은 우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출처: 국방홍보관]
6명 사망, 1명실종된 사고로 인하여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지금은 민주지산에 아래와 같은 무인 대피소가 설치 되어있다.
▼ 지나온 능선을 뒤돌아 보았다. 아득히 각호산(1202m)이 보이고 중간에 1185봉이 보인다.
▼ 멀리 뾰족히 보이는 석기봉이 조망된다. 저곳을 경유 하산하게 된다.
▼ 당겨본 석기봉
▼ 반대편 불대마을로 가는 등로
▼ 뒤돌아 본 민주지산 정상
▼ 밧줄을 이용해야 하는 위험구간이 몇 있다. 겨울산행은 특히 낙상에 주의!
▼ 하산길에 점점 흐려지면서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주변 조망은 제로상태다.
▼ 삼도봉을 경유하여 하산할까 망설이다 이곳에서 왼쪽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 황룡사
▼ 폐 스키를 이용해 울타리를 만들어 놓은 풍경이 이채롭다.
▼ 1시간 넘게 먼저 도착해 보니 진눈깨비가 옷이 젖을 만큼 내리는 가운데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산악회 관광차량들이 셀 수 없을 만큼 가득차 타고 온 버스가 어디에 주차되어 있는지 한참을 헤메었다.
이곳이 만차여서 길옆 마을주변에 즐비하게 주차된 곳에 있는 줄은 모르고... 민주지산의 유명세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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